LS전선이 1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이 공장은 미국 공급망 자립 전략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유럽과 중동 등의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지다.

◇항만 갖춘 첨단 생산기지 건설

LS전선 자회사 LS그린링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LS그린링크는 6억8100만달러(약 1조원) 규모를 투자해 고압 직류(HVDC) 방식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7년 3분기 완공, 2028년 1분기 양산이 목표다.

체서피크 공장은 201m 높이의 수직 연속 압출공정(VCV) 타워와 여기에 피복을 씌우기 위한 공장, 전선을 감아 최종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장, 전용 항만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VCV 타워는 버지니아주 최고층 구조물이자 필라델피아와 샬럿 사이 동부 해안권에서 가장 높은 산업시설이 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당초 미국 동부지역에 많이 들어서는 해상풍력 단지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초기에는 유럽 해상풍력 기지에 케이블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을 노릴 계획이라고 LS전선은 설명했다.

구본규 LS전선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반엔 제품 상당량이 유럽으로 가겠지만 미국이 (우리 제품을) 다시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준비가 돼 있을 것이고, 미국은 다시 (우리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유럽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테네트(TenneT)에 525㎸급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18개월치 유럽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수요가 돌아올 것이라는 LS전선 기대에는 근거가 있다.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작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32기가와트(GW)로 한국 연간 전력 수요의 절반 수준이었고, 2030년까지 120GW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예상 매출은 연간 6억~7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LS전선은 내다보고 있다.

◇버지니아에 ‘LS Way’ 생긴다

이날 착공식은 버지니아주에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 행사인 만큼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주지사와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 릭 웨스트 체서피크 시장 등이 참석했다. 웨스트 시장은 “체서피크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라며 1000비바웨이인 공장 현장을 ‘1 LS 웨이’(LS 1번가)로 명명하기로 하고 도로 표지판을 선물했다. 현지에서 33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 LS전선은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훈련시킨 뒤 직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저케이블은 에너지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전력망(그리드) 구성에 필수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소극적이지만, 이미 많은 투자가 진행된 사업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LS전선은 예상하고 있다. LS전선은 이 사업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연방정부 지원자금 9900만달러와 버지니아 주정부 세제 혜택 4800만달러가량을 받기로 했다.

해저케이블 주요 원료인 구리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구 사장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는 케이블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관세가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시장이 있을 것이고, 가격이 조정될(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여러 채널을 통해 이야기(면세 요청 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S전선은 2009년 강원 동해에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기지를 세우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저케이블 사업에 나섰다. 구 사장은 “LS그린링크 공장 건설은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회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거점 전략이 중요한 사업인 만큼 (미국 체서피크 외) 다른 지역에도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서피크(버지니아)=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