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Muslim)은 이슬람 신도를 지칭하는 말로, 전체 아세안 인구의 약 40%가 무슬림으로 추정되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동남아 아세안 국가 중 국민의 반수 이상이 무슬림인 주요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이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으로 전 세계 최대 무슬림의 나라다. 무슬림들에게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고난 수행 중 계시받은 라마단이 가장 신성한 시기로, 이 기간에 엄격한 주간 금식과 경건한 생활로 한 달을 보내고, 온 가족이 모여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이둘피트리(Idul Fitri) 또는 르바란(Lebaran) 명절을 맞이한다.

올 2월 말에 시작된 라마단을 3월 말에 끝낸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은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가 넘는 긴 연휴를 보내고 4월부터 다시 근무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무슬림이 다수인 동남아 각국 공항은 달콤한 휴가를 마치고 해외 일터로 복귀하는 젊은이들과 이를 배웅하는 가족들로 붐볐고, 이들의 주요 행선지는 대부분 일본이나 한국이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을 먼저 겪은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1993년 일본 정부가 ‘기술 실습생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저/중 숙련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수용하면서 오늘날 외국인 노동자 유입 정책의 초석을 마련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일본 내 취업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230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건설, 간호, 요양 및 다양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일본 경제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중 무슬림 외국인 근로자는 약 3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05년 10만 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현재 약 2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인도네시아 무슬림 근로자가 전체 무슬림 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일본 내 무슬림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종교 생활 등 근로 여건 관련해 여러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올해 라마단을 맞아 인도네시아 무슬림 근로자들이 기도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공원을 대여 신청했으나 시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슬람교는 다른 종교보다 더 엄격한 예배 조건을 요구하며, 매일 여러 차례 기도 시간 동안의 독특한 경전 소리는 타 종교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기도하는 남성 무슬림들 (출처: commons.wikimedia.org)
기도하는 남성 무슬림들 (출처: commons.wikimedia.org)
이 같은 문제는 한국에서도 동일한데 최근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가 있다. 이 사건은 무슬림 유학생들이 기도 공간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원 건축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이 소음, 주차 문제, 지역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건축 허가를 유지했으나, 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공사는 멈췄다. 이 사례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와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 있어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일본은 외국인 근로자 도입 역사가 길고 이미 35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 노동자들을 위한 점진적인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 도입 역사가 짧은 한국은 무슬림 노동자의 생활환경 개선에 대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일본에 비해 다소 경직되고 수직적인 고용 문화 잔재가 있어 향후 외국인 노동자 유치 경쟁에서 노동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도인 2023년(0.72명)보다 0.03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으로, 전년보다 8300명 늘어났지만, 여전히 超 저출생 상황이다. 앞으로 노동력 부족 사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과 한국 모두 외국인 근로자 유치전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두 나라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 시급이 적용된다. 2025년 기준으로 두 나라의 평균 최저시급을 비교하면, 일본은 시간당 약 1,055엔, 한국은 약 10,030원으로 환율 및 지역별 차이(일본)가 있더라도 금전적 보상 면에서는 큰 격차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금 외에도 각국 정부와 기업이 무슬림 노동자의 종교적 요구와 문화적 배려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무슬림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여러 차례의 기도와 정해진 시간에 드리는 예배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신앙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즉 인간적이고 따뜻한 근로 조건과 종교 생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을 근무지로 우선 고려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이 함께 할 때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무슬림 노동자들이 온전히 신앙을 실천하며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무슬림 노동자들이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임금 외에도 존중받는 근무 환경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종교적 문화적 자유를 제공하는 점에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성득 인도네시아 UNAS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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