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택 수요가 시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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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주택 수요는 △인구(양) △소득(질) △외지인 매입(범위) △계층별 인구(군집)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주택 수요에서 인구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데, 인구가 줄어들면 다른 측면에서 주택 수요가 늘어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 주택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데, 인구의 자연적 증가가 어려운 지금은 인구 이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분류로 주택 수요를 가늠하기 어려워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 가격과 상관없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주택을 '트로피 에셋'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트로피 에셋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 등의 상징성을 지닌 고급 자산을 의미합니다. 전용면적 84㎡에 70억원을 넘어선 강남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 번째로는 '부의 이전'이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베이비부머들이 60세를 훌쩍 넘기면서 본인의 자산을 상속과 증여 등을 통해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 하는 것입니다. 최근 비교적 젊은 2030세대 주택 수요자들은 예산에 공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에게 지원받아 공백을 채웁니다.

강남에 거주하는 자산가들은 은퇴 후에도 지역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강남의 우수한 교육 환경과 직장 접근성을 자녀들도 누리길 원합니다. 본인과 함께 자녀들도 강남에 거주하기를 원한다면 주택 수요는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타 지역에서는 인구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강남이라는 주거 선호 지역에서는 베이비부머와 MZ세대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하는 주택 수요는 지방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수요입니다. 강남 3구 주택 시장 내 외지인 진입 비율은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속 줄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시적으로 해제됐던 2월에는 늘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외지인 진입 비율 중 상당수는 지방 주택 수요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갭 투자 비중 또한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방 주택 시장은 장기적으로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지방 주택 수요는 계속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데다, 유출되는 수요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주택수요가 가장 많이 유출되는 지역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공급 중심으로 분석해온 주택 시장에 새로운 수요 요인이 생기면서 시장 분석은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주택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 주거 선호 지역에 몰리면서 기존 시장에 변화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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