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짓기로 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포스코그룹이 동참한다. 두 그룹은 전기로를 활용해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함께 진행하고,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을 돌파하기 위해 국내 기업끼리 손을 잡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 4월 14일자 A1, 3면 참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21일 서울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철강 및 2차전지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쇳물 기준 연 270만t짜리 제철소를 짓는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투자금 58억달러(약 8조2000억원) 중 절반을 현대제철 등 계열사와 외부 투자자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는데, 포스코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액과 지분율, 조건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조(兆) 단위 투자를 통해 생산라인 일부를 넘겨받는 방안을 현대차그룹과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그룹은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에서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R&D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원자재(리튬·니켈 등)→배터리 소재(양극재·음극재 등)→배터리 셀→완성차’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와 호주에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양·음극재를 생산한다. 현대차는 경기 안성에 연 1~2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두 그룹이 힘을 합친다는 것은 배터리 밸류체인 전 과정이 협업 대상이라는 의미다.

두 그룹의 ‘자동차 소재 동맹’은 동종 업계에서 경쟁하는 국내 라이벌 기업이 해외에서 손잡은 첫 번째 사례다. 현대차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포스코는 미국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