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낯선 곳 낯선 카페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가방에 책 한 권 챙겨가자.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자신을 잊고 산 날들의 잡념을 씻기에 이보다 더 좋은 처방도 없다.
어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불안에 깊은 잠 모드는 사람이라면
<모든 인생은 불안하다>
[여행+책]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어울리는 이 책
정말 모든 인생은 불안한 걸까? 나만 그런 게 아닌가?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세계적 인지행동치료 전문가라는 루아나 마르케스 교수의 말이니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선택했다. 책의 핵심은 단순명료하다. 불안을 회피하면 불안에 불안을 가중할 뿐이다. 대신 안고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절로 되지는 않고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받아들이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부 위협을 회피하도록 만들어졌다. 뇌의 편도체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 때 관중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리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화장실을 찾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신체 작동의 비밀은 뇌에 있다. 이때 뇌의 자동 반응을 회피가 아닌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용기로 바꾸는 것은 훈련으로 가능하다.

결국 용기는 감정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는 설명인데 방법은 저자가 말하는 ‘3단계 전략(Shift-Approach-Align)’을 따르는 것이다. 상세한 방법은 책 속에 아주 상세히, 그것도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요목조목 잘 나와 있다.

심리학책이지만 에세이를 읽듯 쉽고 마음 편히 책장이 넘어간다. 생각해보면 불안하지 않았던 때도 없었고 불안했던 당시 상황 뒤에 또 불안을 야기하는 더 큰 고비가 도사리고 있던 무한반복 인생의 굴레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분명 책을 덮은 뒤에 "어디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 책 속 한 줄
인생은 힘들고 문제는 언제나 생긴다. 나는 독자 여러분이 인류 최초로 한두 번의 어려움도 겪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고난은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고난은 우리를 만들고, 우리는 고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단 한 번의 삶>
[여행+책]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어울리는 이 책
왜 김영하 작가는 더 책을 내지 않는가? 갈증에 시달리던 차에 나왔다. 6년 만의 산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팬으로서 이 책은 일단 소장해야 하고, 아까워서 빨리 읽기도 싫다. 90년대 익명의 작가로 활동할 때부터 묵묵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천천히 일상을 관찰하며 삶의 가치관을 다듬어온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책이 가벼워 여행 중에 들고 다니기에도 좋고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며 사색에 빠지기에도 적당하다. 읽으면 마음 편해지고 겸허히 내 앞에 주어진 생을 받아들이게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책 속 한 줄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몸은 아픈데 병원에선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굿 에너지>
[여행+책]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어울리는 이 책
솔직히 너무 두꺼워 여행 가방에 넣기는 벅찬 감이 있지만 평소 건강에 관심 많고, 특히나 현재 건강에 이상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휴식용 호캉스에 추천할만하다.

<굿에너지>는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생체 에너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바로 그 책이다. 30개국에서 번역됐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찬사도 받았다. 5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에도 인기 있는 이유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잘못된 식습관이 얼마나 몸을 해치고 위협하는지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저자는 스탠퍼드 의대를 졸업하고 두경부 외과의로 활동하다 헬스테크 기업 '레벨스'를 세운 케이시 민스와 켈리 민스 박사다. 두 사람은 건강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은 유명하다는 전문의를 찾기 전에 건강한 먹거리로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인 면역력을 키우고 좋은 생체 에너지를 끌어내라고 강조한다. 벤엔제리스의 달디단 초코아이스크림 대신 아스파라거스 같은 재료들과 친해지면 된다.

이쯤 되면 왜 의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이들이 병원 대신 "생체 에너지를 살리라" 말하는지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자들의 어머니 사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는 수년간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고혈압과 당뇨 약을 달고 살았고, 그런데도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췌장암 4기 판정받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왜 그렇게 숱하게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췌장암은 발견되지 않았을까?

의사가 된 뒤 만난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는 질병을 없애주는 처방과 수술 뒤에도 환자들은 만성염증에 시달렸고,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을 없애는 것으로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체의 건강 시스템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해답으로 세포에 좋은 에너지를 더하는 습관만이 건강과 노화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천장이 팽팽 도는 어지럼증과 극심한 두통을 겪으며 신경외과는 물론 대학병원, 한의원을 전전했음에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듣던 차에 손에 든 책이다. 읽다 보면 자기 몸을 아끼는 행위 그 자체가 삶에 불러일으키는 활력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줄
만성 염증은 나쁜 에너지 대사 때문에 지속해서 힘이 부족하여 위협을 느끼는 신체의 세포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