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트럼프와 머스크의 대중 무역 종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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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첫째는 생산 기지를 ‘대체 국가’로 다변화하는 것이다. 베트남·인도·멕시코를 비롯한 비교적 인건비가 낮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관세 혜택을 맺은 나라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애플은 일부 아이폰 조립 공정을 멕시코 공장에 이전했으며, 구글과 삼성도 베트남·인도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처럼 촘촘한 공급망과 인프라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고, 현지 노동력의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는 강·온양면 전략을 통해 중국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국 연대 강화와 기술 동맹 전략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2021년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켜 자국 우선 정책을 내세웠고,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기술 이전 규제를 강화해 압박을 가했다. 동시에 유럽·일본·한국 등과 ‘경제 안보 동맹’을 구축해 공급망 분산을 촉진, 중국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했다.
셋째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첨단화’를 결합한 전략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인건비 상승 부담을 상쇄하고, 미국 내 저렴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네바다 기가팩토리는 이미 완전 자동화된 생산 설비를 자랑하며, GM·포드 같은 전통 완성차 업체도 로봇·AI 적용을 확대 중이다. 이러한 첨단화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해 인건비 상승 압력을 낮추려는 강경 이민 정책도 ‘경제적 논리’ 차원에서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속도전’에서 과연 중국을 앞지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자동화·AI 전환은 단기간에 완료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신규 설비 투자, 테스트·디버그, 운용 인력 재교육, 현지 법·노동 규제 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제조업 생태계는 기계만 넣는다고 돌아가지 않는다. 중소 부품업체와 물류 시스템, 지역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가 완성된다.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자동화 확산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은 실직자를 양산하고, 재교육·재취업 지원 예산 부담을 키운다.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연방·주정부의 재정 투입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는 심화될 수 있으며, 저숙련 노동자는 더욱 설 곳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가 공유하는 낙관론은 뚜렷하다. “AI와 로봇이 곧 제조업 복귀를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로 첨단 자동화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보급되면, 중국 현지 공장과 경쟁해도 생산 단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기술·정책·사회적 합의가 한꺼번에 맞물려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이 중국 제조업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대체 국가 전략·압박과 회유의 외교 전략·AI 기반 리쇼어링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각 축이 균형을 잃으면 어느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만 가속화하면 자동화 설비 투자는 줄어들 것이고, 압박만 강화하면 중국 리스크가 오히려 고조될 수 있다. 따라서 세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하되, 중간 중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조업 부활’의 꿈은 또 다른 공백 사태로 끝날 공산이 크다.
설령 트럼프와 머스크의 이런 계산이 잘못되더라고, 어쨋든 중국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안되면 다시 중국에서 수입하면 되겠지만, 그 동안 중국의 경제는 충분히 망가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비중이 지금보다 30%만 낮아져도 중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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