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보복을 시사하면서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5원40전 오른 1473원2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13일(1483원5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기록한 비상계엄 이후 최고치(1472원50전)도 다시 경신했다.

이날 환율은 달러당 1471원에 개장했다가 장중 1466원3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오후께 반등해 3시 무렵에는 1473원9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밤 중국이 상호관세와 같은 세율(34%)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9일 5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2038위안(약 1452원)으로 고시했다. 전날(7.1980위안)에 비해 위안화 가치를 더 낮춘 것으로, 통화 약세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과 반대로 간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과 관세를 부과하면 반격 조치를 다시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지난 5일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발효했고, 국가별로 차등을 둔 상호관세는 오는 9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쳐지며 원화를 비롯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외 국가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위험 회피 심리가 금융시장에 만연해 위험통화인 원화의 약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8원68전이었다. 전날 같은 시간 1008원21전보다 9원53전 하락하면서 하루만에 1000원 밑으로 내려왔다. 엔·달러 환율은 1.31% 오른 달러당 147.5엔이었다.

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