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 기술을 활용한 세계 최고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이자 총괄대표는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텐엑스타워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27조원을 기록한 연간 거래액을 100조원까지 늘리고, 글로벌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혔다.

◇20주년 맞아 ‘AI회사’ 선언

야놀자 "연간 거래액 100조 도전…글로벌 상장 추진"
이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트래블 테크와 AI를 강조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 투자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포화한 온라인 여행 중개(OTA) 시장을 넘어 여행 특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OTA 시장에서 야놀자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AI 기술로 주요 업체를 고객사로 만든다면 글로벌 1위 트래블 테크 회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한동안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시 공개 석상에 등장한 것은 그만큼 AI기업 전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야놀자는 최근 소비자에게 익숙한 여행 플랫폼을 넘어 호텔과 글로벌 레저업체를 겨냥한 기업용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호텔의 가격 예측성을 높이고, 호텔마다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와 같은 호텔을 비롯해 부킹닷컴, 트립닷컴, 호텔베즈, 웹베즈 등 숙박·여행 중개업체들이 야놀자 고객사다. 야놀자의 기업 부문 매출은 2022년 835억원에서 지난해 2925억원으로 2년 새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야놀자의 총거래액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22년 5조7000억원이던 야놀자의 총거래액은 2023년 9조5000억원, 지난해는 27조원까지 불었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작년 거래액 27조원 가운데 20조원 정도가 B2B 부문에서 나왔다”며 “5년 내 거래액 10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행 플랫폼 부문에서도 AI를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야놀자는 지난 2월 오픈AI와 여행·여가 부문 서비스 협력을 발표했다. 야놀자의 여행 정보와 클라우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맞춤형 여행 계획을 짜주는 등 초개인화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나스닥 CEO 축하 영상 눈길

야놀자는 이날 상장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여러 글로벌 증권거래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면서도 “상장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놀자가 상장 관련 계획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일부 외신은 야놀자가 12조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야놀자가 조만간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가 축하 영상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프리드먼 CEO는 “야놀자가 여행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온 여정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다”고 했다. 야놀자에 투자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도 축하 영상에서 “머지않아 나스닥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