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의 '패러다임 시프트'…'이 지표' 쓰면 알짜 종목 보인다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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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이시은 기자
김홍범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이시은 기자
“한국에선 주당순이익(EPS) 따져가며 투자할 일이 없었죠. 하지만 올해부턴 ‘패러다임’이 바뀔 것입니다.”

김홍범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가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시장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상장 주식 수가 줄어들 은행주에 다시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2007년 모건스탠리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안다자산운용, 그로쓰힐자산운용 등을 거친 18년 차 베테랑 펀드 매니저다. 운용 펀드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벤치마크 대비 3.31~20.45% 초과 수익률을 꾸준히 올렸다.

상법 개정은 시작일 뿐…은행株 EPS 뛴다

그간 EPS가 그에게 주요 투자 지표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국내 증시가 주주 환원보단 자금 조달에 치우쳐져 있어서다. 유경PSG자산운용이 분석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조달 자본 총액 대비 주주환원 합산의 차액은 항상 2012년과 2016년 유가증권시장 수치를 빼고 모두 양수였다. 대부분 연도에서 주주에게 돈을 받아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김 CIO가 “국내 증시는 유상증자로 주식이 늘기만 하니 EPS를 활용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 배경이다. 하지만 EPS는 올해부터 그의 주요 투자 지표로 떠올랐다.

EPS는 기업의 순이익을 총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회사가 돈을 잘 벌면 수치가 뛰지만, 주식을 없애도 값이 커진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소각이 활발한 미국에선 EPS 증감률이 주요 투자 지표로 쓰인다. 김 대표는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한 만큼 은행주의 EPS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개정안은 일단 거부권에 가로막힌 상태지만, 실제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주주환원 자체의 시장 의식이 달라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은행주는 주주환원을 지체할 이유가 없는 업권이라는 평가다. 특히 KB금융, 신한지주 등은 주주환원 체력의 기준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높으면서도 EPS가 전년 대비 늘어날 대표주로 꼽힌다.

공매도 이겨낼 우량 방산株들

김홍범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이시은 기자
김홍범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이시은 기자
공매도의 주요 타깃으로 언급됐던 방산주도 다시 들여다볼 업종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재개된 공매도는 업종 내 종목의 우열을 가려 매수(롱) 포지션과 매도(쇼트) 포지션을 나누는 ‘페어 트레이딩’ 양상을 보인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은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유럽·중동의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매수 포지션이 몰릴 수 있는 상장사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의 오픈소스 공개로 수혜를 입을 네이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SOOP도 주가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SOOP은 기존 해외 사업을 담당하던 최영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대표에 오른 점을 기대 요소로 꼽았다.

그는 “가치주와 성장주의 균형을 유지하라”고도 조언했다. 김 CIO는 “최근 증시에선 미 중앙은행(Fed)에서 경기 관련 말이 한마디만 나와도 다음날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동성에 휘말린다”며 “애초에 시장 예측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고 포트폴리오를 고르게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치주를 2~3종목, 성장주를 2~3종목 선별해 담아 최소 6개월을 두고 투자하라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없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신규 게임 출시의 성공 여부, 신약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한 가지 포인트만 보고 투자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며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주가 상승 이벤트가 잠재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