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F로 한눈 팔더니…농·수·신협, 부실채권 27兆 넘어
‘풀뿌리 금융’으로 불리는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대 상호금융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지난해 2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배 급증한 규모다. 신협과 수협에선 단위조합 962곳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314곳이 적자를 봤다. 지역·서민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한눈을 판 결과라는 지적이다.

◇ 부실채권 5년 새 3배 늘어

1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를 통해 전국 상호금융 단위조합 2164곳의 실적 및 자산 건전성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7조3517억원으로 파악됐다. 2023년 말 17조3535억원 대비 57.6% 급증했다. PF 부실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9조1339억원)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고정이하여신비율)은 5.26%로 전년(3.41%) 대비 1.85%포인트 뛰었다. 전체 대출 중 5%는 회수가 쉽지 않은 채권이라는 의미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부실률이다. 수협(7.20%), 신협(7.08%), 산림조합(6.58%), 농협(4.53%) 등 개별 조합들도 모두 최고치였다.
[단독]  PF로 한눈 팔더니…농·수·신협, 부실채권 27兆 넘어
상호금융 부실의 심각성은 은행과 비교하면 쉽게 파악된다. 국내 20개 은행의 작년 말 부실채권은 14조8000억원으로 상호금융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3%로 상호금융의 10분의 1에 그쳤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상호금융이 은행에 비해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하긴 하지만, 부실채권비율이 10배에 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수협의 작년 말 기준 부실채권은 2조4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72.5% 급증했다. 신협은 56.9% 늘어난 7조5652억원이었다. 수협은 전체 89개 조합 중 14곳, 신협은 873곳 중 107곳이 고정이하여신비율 10%를 넘었다.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어서면 당장이라도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PF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수협 조합 절반이 적자

PF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으면서 적자 단위조합 수도 늘어났다. 4대 상호금융 2164개 단위조합 중 394곳이 작년에 순손실을 냈다. 적자 조합 수는 2022년 70곳에 불과했으나 2023년 353곳으로 급증한 데 이어 작년에 41곳 더 늘어났다. 수협은 89개 단위조합 중 43곳에서 순손실을 냈다. 신협에선 873곳 중 271곳이 적자였다. 농협의 적자 조합은 2023년 18곳에서 지난해 49곳으로 늘어났다.

개별 단위조합 중에선 부산치과의사신협이 지난해 354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이 조합을 포함해 신협에는 3년 연속 적자가 지속된 조합이 24곳에 달했다.

상호금융은 원칙적으로 조합원 대출을 전체 대출의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예외 규정을 활용해 비조합원에게 대출을 50% 이상 내준 단위조합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협에서 비조합원 대출 비중 50% 이상인 단위조합이 302곳에 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각각인 상호금융 감독 체계를 일원화하고 상대적 혜택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