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92억 유치…62% 급감
AI·로보틱스 등에 자금 몰리며
女 CEO 많은 패션·쇼핑은 가뭄
여성 창업자가 세운 스타트업 투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에 투자금이 쏠리면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커머스나 에듀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벤처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의 ‘2024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창업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의 총투자 유치 규모는 10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893억원)보다 62% 급감했다. 3년 전(9147억원)과 비교하면 9분의 1토막 났다.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중 여성이 CEO인 스타트업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2020년 8.0%, 2022년 4.5% 등 매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여성 스타트업 114곳을 전수 분석한 결과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를 받은 곳은 알고케어(150억원), 바이버(150억원), 대동여주도(100억원) 세 곳뿐이다. 게다가 지난해 투자받은 여성 스타트업의 50%는 극초기 단계인 시드~프리A 투자다. 성장 단계인 시리즈B 이상의 투자를 받은 여성 스타트업은 2%에 불과했다.
국내 여성 스타트업의 활동 영역은 주로 패션, 콘텐츠, 커머스 등에 쏠려 있다. 누적 투자금 기준 여성 스타트업 상위 100곳의 업종을 분석한 결과 패션·뷰티 분야가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콘텐츠·소셜네트워크 13곳, e커머스 11곳, 식품 10곳 순이다. 투자 혹한기 여파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맞은 업종이다. 여성 스타트업 중 ‘거물’로 꼽히는 컬리를 비롯해 8퍼센트, 지구인컴퍼니, 생활연구소, 째깍악어조차 지난해 투자 유치가 없었다.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는 아예 다른 스타트업에 매각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때 플랫폼업계를 휘어잡았던 여성 창업자들이 요즘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VC의 관심을 받는 AI, 로보틱스, 우주항공 등 분야는 남성 CEO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기술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상위 10개 대학 여학생 비율은 50%에 달하지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전공 여학생은 2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