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세계 최대 국부펀드도 물렸다…주가 출렁이는 제룡전기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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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세계 최대 국부펀드도 물렸다…주가 출렁이는 제룡전기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http://img.wvnryckg.shop/photo/202502/01.39488338.1.png)

작년 130% 올랐는데…한달새 15% 하락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룡전기 주가는 지난 한달간 약 15% 하락했다. 올초 4만745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4만30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이 129.18%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지난 3일 작년 연간기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를 떠받치진 못하는 분위기다. 제룡전기는 작년 2627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대비 42.8% 급증한 액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4% 늘어난 978억원을, 당기순이익은 41.3% 증가한 79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으로는 성장세가 빠르지만 분기 기준으로 보면 반대다. 제룡전기는 작년 4분기 매출액 508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냈다. 제룡전기가 발표한 작년 연간 실적에서 작년 1~3분기 누적치를 제외한 규모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2.8%, 영업이익은 48.9% 감소했다.
의존도 90% 넘는 美 시장서 경쟁 심화
의존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수주가 늘지 않은 까닭이다. 제룡전기의 주력 제품은 발전소에서 보낸 전기를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의 압력을 조절해주는 변압기다. 북미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 작년 3분기 기준 매출의 91.7%가 북미 시장에서 나왔다. 나머지 8.3%는 국내서 발생했다. 중동이나 유럽 등에선 아직 의미있는 정도로 매출이 나오고 있지 않다.미국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등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신규 수요에다 노후 장비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변압기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변압기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등 각국의 전력장비 업체들이 수급 불균형을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에 잇따라 진입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 업체가 늘면서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정점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경쟁사들이 가격을 낮춰 미국 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등 수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지분 축소…수십억대 평가손실 예상
주요 연기금도 발을 빼는 분위기다. 지난 3일부터 이날 장중 기관투자가는 이 종목을 약 98억원, 외국인은 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일부 지분을 매도했다고 지난 10일 장마감 후 공시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 노르웨이은행자산운용(NBIM)은 지난달 말 장내매도를 통해 제룡전기 지분율을 6.29%에서 5.05%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작년 9월 중순 장내 매수를 통해 제룡전기 주식 82만3881주를 확보하고, 같은달 말 18만5954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지난달 말엔 19만8228주를 덜어냈다. 상장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전체 지분의 5% 이상 매수할 때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하는 이른바 '5%룰'을 고려해 추산하면 실현손실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공시하지 않은 다른 거래가 없었을 경우 남은 보유주식 81만1607주는 평가손실이 10% 이상인 사실상 '물린' 상태일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의 현재 보유주식 평균 매수 단가는 약 5만480원선으로 추정된다. 이날 제룡전기주가(4만3300원)보다 14%가량 낮다.
전문가들은 이 기업이 지난해 보여줬던 성장세를 재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제룡전기의 주력제품인 배전 변압기는 초고압 변압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 참여자도 많은 분야"라며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인 만큼 지난 3년간처럼 높은 실적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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