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최고가 찍고 10% 넘게 급락한 경동나비엔…외인·기관 '줍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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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주가 두 배 넘게 올랐지만
24일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

저가 매수에 나선 외인·기관
성장성 여전히 높다고 판단
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락했으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올해도 수출 실적 호조로 성장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년 새 두 배 넘게 오른 경동나비엔은 지난 24일 장 마감 직전에 나온 실적 공시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10.48% 내린 9만500원에 하락 반전한 채 장을 마쳤다. 경동나비엔 주가는 지난 21일 장중 사상 최고가(10만7700원)를 세웠지만 12거래일 만에 다시 9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경동나비엔은 예상치를 밑돈 4분기 실적에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3538억원, 13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5.2% 늘었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를 4.18% 밑돌았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주가가 급락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 이날 개인 홀로 7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울 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억원, 28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장 비결은 '북미 수출'

경동나비엔은 1978년 경동기계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경동보일러를 거쳐 2006년 현재 상호로 변경됐다. 기름보일러, 가스보일러와 흡수식 냉온수기 등을 생산·판매한다. 지난해엔 SK매직의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부문을 인수하면서 실내공기질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시장에선 경동나비엔의 향후 성장성에 주목한다. 이 회사는 2007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매출이 역성장한 적이 없다. 시장에선 추정한 경동나비엔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6083억원, 1601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20.7% 늘어날 것으로 봤다.
[마켓PRO] 최고가 찍고 10% 넘게 급락한 경동나비엔…외인·기관 '줍줍'
고성장의 비결은 수출에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 큰 비중을 둔다. 이 회사는 2006년 미국법인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북미 지역에 진출했다. 현재 경동나비엔은 북미 지역의 콘덴싱 온수기, 순간식 가스 온수기, 벽걸이형 콘덴싱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위다. 북미 지역 매출액은 2023년 6609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3분기까지 5820억원을 달성해 전체 매출의 61%에 달한다.

최근에는 신규 제품인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를 출시하며 북미 난방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물을 데운 후 공기와 물을 열교환해 난방을 공급하는 장치다. 물을 통해 습기 있는 따뜻한 공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산화탄소 질식 등 가스 누출 위험이 있는 기존 미국 난방 시스템에 비해 강점이 있다.

"美 보편 관세 우려서 자유로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수기와 보일러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필수재로 분류되어 북미 지역과 기타 지역 내의 관세와 수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과 주택공급 확대 공약으로 경동나비엔의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력인 콘덴싱 온수기는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북미 제품의 경우 대당 판매가가 내수용보다 최대 3배 높고, 대당 이익률도 높단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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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동나비엔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서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해외사업 확대로 증가한 물류비용(운임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동나비엔 주가가 1년 사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숨을 고르는 분위기"라면서 "향후 실적이나 성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