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200조 시대…TDF도 고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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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넘어 파생상품·원자재로 확대
투자 자산·전략 다양…자금 유입 급증
국내 상장 ETF 983개…개별 종목 추월
순자산 197.3조…2년도 안돼 두 배로
연금 대표상품 TDF도 몸집 빠르게 커져
은퇴 시점 맞춰 자산비중 조절
다양한 운용목적 상품도 등장
연금시장 대표상품으로 떠오른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 필요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TF 시장 2년 만에 2배 성장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펀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게 ETF의 인기 비결이다. 소액으로도 시장이나 업종 전반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거래에 2~3거래일이 걸리는 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가 매일 공개돼 투자자산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지 않는 패시브 ETF는 기존 액티브 펀드에 비해 보수가 낮다. 장기투자할수록 보수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보수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ETF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 자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는 983개로, 개별 주식 수(962개)를 넘어섰다. 시장 초기에는 주식형 ETF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커버드콜 버퍼 등 파생상품을 결합한 전략형 ETF, 주식 한 종목과 채권 등을 담은 집중투자형 ETF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장기투자하면서 자본차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 수익률을 희생하더라도 당장의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금 원유 천연가스 등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원자재 투자에서도 ETF를 활용하면 간편하다.
액티브 ETF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골라 적극 운용하는 형태다. 패시브 ETF에 비해서는 보수가 비싸지만 기존 공모 펀드보다는 저렴하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창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판매보수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액티브 ETF 자산운용사들은 패시브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연금시장 대표상품 된 TDF
자산운용업계는 연금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연금 계좌에서 활용도가 높은 TDF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TDF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TDF 상품 208개의 설정액은 11조963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8000억원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은퇴가 한참 남은 시점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키우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TDF 상품명에는 2025 2030 2035 2040 같은 숫자(빈티지)가 붙는다. 은퇴 예상 연도다. 은퇴를 10년가량 앞둔 50대 직장인이라면 펀드명에 2035가 포함된 TDF에 가입하면 된다. 보통은 태어난 연도에 60을 더하면 편하다.
TDF 시장이 성장하면서 상품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은퇴뿐 아니라 교육비 등 목돈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TDF, 펀드 전체를 위험자산으로 구성한 TDF, 패시브 TDF 등 여러 투자자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 출시됐다.
은퇴 시점을 50년 이상 초장기로 잡고 위험자산 비중을 99%까지 크게 높인 TDF도 등장했다. 통상 TDF 내 위험자산 비중은 80%보다 낮게 설정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 방법)에 포함되려면 이 기준을 맞춰야 한다. 디폴트옵션에 포함되면 위험자산에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를 100%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상품은 이 기준에 맞춰 운용한다. 하지만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를 위해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자산을 결정하는 액티브 방식 대신 투자 대상과 비중이 처음부터 결정된 패시브 TDF도 등장했다. S&P500과 국내 단기채에 투자하면서 정해진 기간 동안 투자 비중도 미리 결정해두는 식이다. TDF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 예측성을 높이려는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TDF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샤프지수(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인 만큼 변동성이 작은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수익률 대비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나수지 기자 suji@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