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꼬리표' 붙은 이재명…순항하던 대권가도 암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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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李 무죄' 파기…대선 한달 앞두고 파장 불가피
대선 33일·등록마감 10일 앞두고
李 최대 사법리스크 다시 부상
◇대법 판결에 다시 떠오른 사법리스크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가 이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후보가 받고 있는 5개 재판 가운데 가장 큰 사법 리스크로 꼽혔다. 재판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대선 전 벌금 100만원 이상 형량 확정 판결이 나올 경우 대선 출마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 1심에서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이 후보 사법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했다.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 무효는 물론 피선거권까지 박탈되는 형량이었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건 올 3월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전부 무죄로 판단하면서다. 2심 무죄 선고가 나오고 9일 만인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내려 이 후보의 대권 행보에 날개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당내 대선 후보 선출 경선에서 89.77%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대세론을 이어갔다.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상고 접수 34일, 전합 회부 9일 만에 최종 결론을 내놓기로 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무죄 확정 판결을 확신하는 기류가 강했다. 이 후보는 대법원 선고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남FC·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례적으로 빠른 대법원 선고에 “법대로 하겠지요”라고 했다.
◇33일 남은 대선 혼란 속으로
이날 대법원 판단 이후 공고하던 ‘이재명 대세론’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윤 대통령 파면 등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대대적 반격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33일 남은 대선 기간 이 후보 자격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전략이다.대법원 선고 직후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고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는 이미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다”며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대권 도전을 위해 이날 국무총리를 사퇴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 ‘반(反)이재명 빅텐트’도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격 논란이 중도층에 영향을 미칠 경우 대선 주자 중 가장 높은 이 후보 지지율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나온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지율 42%로 한 권한대행(13%)과 한동훈(9%) 김문수(6%)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에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법원 선고가 대세론을 더욱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개혁’에서 나아가 ‘사법부 개혁’까지 전면에 내걸 가능성이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법원이 정치를 한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세라는 데 다른 얘기가 나오기가 어렵고 오히려 이 후보 지지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대안론’이 떠오를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총선과 당내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일극체제’가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경선 경쟁자였던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