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노동공약 쏟아낸 李…경제계 "고용경직성 심화돼 청년채용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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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청구서' 대거 수용…포괄임금제 손질하나
李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화"
일한만큼 수당…임금감소 불가피
◇ 연차휴가 저축제도 추진
이 후보는 이날 SNS에 올린 ‘직장인 정책 발표문’에서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은 연 1742시간이며 한국은 1874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33위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한국의 연 근로시간은 최근 10년 새 200시간가량 줄었다.이 후보는 노동계가 ‘공짜 노동’의 원인이라고 지목해 온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존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완하겠다”며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을 측정·기록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산업현장 현실을 감안해 관행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것’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포괄임금제의 일종인 ‘고정 연장근로수당’(고정OT)은 기업 규모나 산업군에 관계없이 폭넓게 활용된다.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우면 근로자가 매월 약정한 시간(예컨대 월 15시간)을 연장근로한 것으로 보고 그만큼의 수당을 고정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 “포괄임금제 폐지 시 임금 줄 가능성”
이런 제도 자체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원과 정부는 근로자가 약정 시간만큼 일을 하지 않았어도 정해진 수당은 받지만, 약정 시간을 넘겨 일했다면 초과분에 대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근로시간만큼만 수당을 받기 때문이다. 다수 기업 노사는 기본급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정OT를 지급하는 식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경우도 있다.이 후보가 이날 “기존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경제계에선 사실상 기업에 임금을 올리라고 주문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건비 부담에 청년 채용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 공인노무사는 “이 후보 공약대로 실근로시간 측정·기록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감시, 통제가 강화돼 오히려 노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포괄임금제를 일괄 폐지하기보다는 오·남용하는 사업장을 단속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 노란봉투법 재추진하나
이 후보는 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정책 협약식을 하고 노동계 요구를 들을 예정이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중도·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온 이 후보가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에도 성의를 보이는 행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그가 2100만 근로자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노동계가 주장해 온 정년 연장이 공약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 재추진도 관심을 모은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현우/곽용희 기자
▶ 포괄임금제
여러 임금 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근로계약. 주로 연장·야간·휴일 등 연장근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둔 금액으로 지급하는 형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