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간 러시아를 연주한 브루스 리우…11번의 커튼콜이 쏟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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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차이콥스키 '사계' 등 연주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차이콥스키 '사계' 등 연주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8)는 2021년 쇼팽 콩쿠르 정상에 오른 연주자다. 그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콩쿠르 직후 세계 굴지의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오푸스 클래식이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독일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에서 ‘포커스 아티스트’로 발탁한 피아니스트도 바로 그였다. 리우가 2023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차이콥스키,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등 오직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들고서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수가 아로새겨진 6곡 ‘뱃노래’로 넘어가자, 리우는 마치 얇은 천을 쌓아 올리듯 섬세하게 진행되는 셈여림 변화와 음 사이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지독한 비애의 악상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0곡 ‘가을의 노래’에선 건반을 지그시 눌러 치면서 수분을 가득 머금은 독보적인 음색을 불러냈는데, 이는 차이콥스키가 평생 시달린 깊은 고독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심리적 효과까지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해석에 따라 전진해야 할 때와 숨을 골라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해서 표현했고, 조금의 과장도 허용하지 않았다. 세부의 기교적 악구들을 명료하게 처리하면서도 긴 호흡으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그의 연주는 차이콥스키가 써낸 구조적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피아노로 내내 팽팽한 긴장감과 강렬한 생명력을 선사한 그가 마지막 건반을 내려치고 손을 떼자, 2000여 명의 청중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과 뜨거운 박수 세례로 호응했다. 열한 번의 커튼콜, 네 번의 앙코르를 지낸 뒤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김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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