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보(Civaux) 원자력 발전소 입구 / 사진=로이터
프랑스 시보(Civaux) 원자력 발전소 입구 / 사진=로이터
프랑스 EDF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본계약에 대해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EDF가 최근 프랑스 회계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국내외 프로젝트들이 지연되지 않게 단속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EDF의 몽니는 내부적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 잡음을 무마하기 위해 외부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란 비판이다. EDF는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들에서 10년 넘는 공사 지연을 반복하다가 결국 자국 감사원에서 '경고장'을 받았다.

EDF가 영국에서 짓고 있는 힝클리포인트C 원전은 'EDF 실책'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이다. 당초 2017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2025년으로 연기됐고, 최근엔 또 다시 2029~2031년으로 미뤄졌다. 이 사이 건설 비용은 460억 파운드(약 8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건설키로 한 또 다른 원전 사이즈웰C도 마찬가지다.

사이즈웰C 프로젝트는 EDF와 영국 정부가 각각 지분 50%를 들고 있는 곳으로, 양측이 최종 투자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 역시 최대 7년 가량 지연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사업비는 당초 추정치의 2배에 달하는 400억파운드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프랑스 감사원이 EDF에 "힝클리포인트C 부담을 해소하기 전까지 사이즈웰C 투자 결정을 보류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프랑스 감사원은 프랑스 정부가 국내에 짓기로 한 신규 원전 6기에 대해서도 "사업성 평가를 위한 정밀 조사를 끝내고 결정하라"며 신중한 입장을 권고했다. 6기 건설 비용은 800억유로(약 1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기당 21조원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EDF의 건설 지연 사례는 한두번이 아니다. 프랑스 북부 플라망빌 원전의 경우 당초 목표시점보다 12년이나 늦어지며 작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EDF가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3의 경우에도 14년이나 지연됐다. ‘온 버짓(목표 예산 달성)’은 고사하고 ‘온 타임(목표 준공시한 달성)’에 실패한 게 EDF가 체코 두코바니 수주전에서 밀리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