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2~2024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지난해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이 약 4조원에 달했다는 결산 공고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잇따라 증자를 단행하며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전세보증금 사고액이 확대되는 추세만은 분명합니다. 시장에서는 "HUG의 지급 여력은 당장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전세보증 체계 전반에 구조적 긴장감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은 임차인에게 두 갈래 대응을 요구합니다. 먼저 HUG 전세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는 대위변제 청구를 최우선 절차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HUG가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보증 미가입자이거나 보증 한도·사고 유형에서 제외된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소송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소송이 필요할 때는 우선 임차권등기를 통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전략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절차만으로도 통상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별도 보전 조치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역전세로 담보가치가 급락했거나 선순위 채권이 과다한 상황이라면 임대인 소유의 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대한 가압류를 예외적으로 병행해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실제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계약 만료 시점에 임대인이 '자금 사정 악화'를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루자, 임차인은 즉시 임차권등기를 신청하고 동시에 임대인 명의 상가 건물에 가압류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법원 판결과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 6개월 만에 전세금 전액을 회수했습니다.

소송 절차는 ① 임차권등기 → ② 소장 접수 → ③ 변론 및 증거 조사 → ④ 판결 선고 → ⑤ 강제집행 순으로 진행됩니다. 각 단계마다 임대인의 재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 시 추가 보전 조치를 검토해야 합니다. 전문 법률가의 조력을 받으면 절차 단축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도 전세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와 신용 관리를 서둘러야 합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전세가율, HUG 보증 승인 유효기간, 사고 이력 등을 투명하게 제공하면 분쟁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급합니다. HUG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증자와 위험기금 확충이 병행돼야 하며, 전세 보증 공백을 최소화할 보증 한도 확대·사고 유형 세분화도 검토할 시점입니다.

결국 임차인, 임대인, 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때만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를 안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보증 공백 구간에서는 임차권등기와 보증금반환소송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