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이제 못들어온다"...철강사 '환호'
포스코가 국내 조선사들과의 후판가 협상에서 가격을 인상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보다 인상된 가격으로 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반덤핑관세조치로 중국산 후판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자 협상력이 높아진 결과다. 국내 철강사가 선박용 철강 부문에서 올해는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후판협상 조기타결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의 2분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쳤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강판으로 주로 선박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이다. 가격은 8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와 조선사는 매반기마다 후판 공급가를 결정했지만 올해부터는 분기마다 가격을 정한다. 1분기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70만원 후반)보다 소폭 상승했고, 이번에 또다시 소폭 상승해 80만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이 결정한 후판가는 2023년 상반기 약 100만원에서 매반기마다 하락했지만 2년만에 반등한 셈이다.

현대제철도 2분기 가격협상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가격보다는 인상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인상 폭에 대해 조율중이다. 포스코와 유사하게 80만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이란게 시장의 관측이다.

후판 협상가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건 정부가 결정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조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고율(27.91~38.02%)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이달 24일부터 관세조치가 시작됐다. 그동안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은 70만원 중반대였다. 한국산보다 싼 가격에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8만1000t에 달했다. 2022년(81만3000t)에 비해 7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관세 조치로 중국산 후판은 철강사와 조선사가 지난해 하반기 정한 후판 협상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이 된다. 중국산 후판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되면서, 조선사들이 국내산을 더 써야하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이 벌써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내부 분석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며 "국내 후판가격이 올해부터 반등을 시작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철강사 시름덜어, 조선사는 울상


철강사로서는 시름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후판가 하락이 전체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기때문이다. 포스코만 해도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천억원대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협상가였던 70만원 후반이 원가 이하였기때문이다.

후판은 포스코 전체 매출의 20% 전후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이었다. 2022년(2조2950억원)에 비해 약 36% 줄어든 수치다. 앞으로 후판가 반등이 이어진다면 전체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15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년전인 2022년(1조6165억원)에 비해 90% 가까이 이익이 줄어든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후판에서 적자였지만 올해부터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원가부담이 커지게 됐다. 후판은 선박 제조비용의 20% 가량을 차지한다.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자재 중 비중이 높은 편이다. 조선사들은 20~30% 가량을 중국산으로 사용해왔다. 후판가 인상은 곧 선박 제조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대 경쟁자가 중국 조선사인만큼 상대적인 비용상승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후판을 쓰는 중국 조선사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가부담 상승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조선업계가 앞으로 협상에서 추세적인 후판가 상승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