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사진)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한국형 기본소득’을 연구해 온 진보 성향 경제학자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 스승’ ‘기본소득 설계자’로도 불린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을 지낸 강 명예교수는 이 전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내 기본사회위원회 정책단장이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 구상에 큰 틀을 제공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저서로는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 <기본소득의 경제학> 등이 있다.

강 명예교수와 이 전 대표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201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명예교수가 성남시청에서 간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특강’을 하면서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전 대표였다. 이때부터 이 전 대표와 강 명예교수가 본격적으로 소통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강 명예교수의 조언을 수시로 들으며 기본소득 구상을 시정(市政)에 적용했다.

강 명예교수는 성남시가 발주한 청년 배당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강 명예교수는 당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별 자체의 행정적 비용도 부담스러워 조건을 붙이기 시작하자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그럴 바에야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명예교수는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인 2018년 12월 출범시킨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전 대표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2020년에는 시민단체 ‘기본소득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21년 이 전 대표가 제20대 대선에 출마 선언을 하자 강 명예교수는 이듬해 캠프 내 정책자문그룹에서 ‘기본소득 특별연구단’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중앙선대위에도 참여해 이 전 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고문을 지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청년은 연 2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 2022년 대선 때 이 전 대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제) 도입은 강 명예교수가 주장하는 대로다. 이 전 대표는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세금을 걷는 부분(국토보유세)과 지급하는 부분(토지배당제), 두 부분이 한 덩어리인데 내는 부분만 떼어서 공격을 한다”며 “투기가 문제가 되니까 보유세를 올려야 하는데 보유세를 올리면 국민이 저항한다. 국민에게 보유 부담을 늘리되 압도적 다수가 취득해 이익을 본다면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 명예교수는 이 전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패한 직후인 그해 6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 강연에서 “(특정 계층이 아니라) 보편적 보유세는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보유세를 통한 토지배당으로 공유 토지에 대한 지분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본소득은 ‘주는’ 실험이었다”며 “제대로 된 기본소득 실험을 하려면 ‘내는’ 것까지 실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토지에 대해 0.5%의 국토보유세를 내면 연간 60만원의 토지배당을 받는 실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 배당을 통해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이 전 대표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 전 대표가 21대 대선 첫 공약으로 내놓은 ‘AI 기본사회’도 구현도 강 명예교수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행보로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해 “AI로 금융 건강 식량 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국민의 삶을 지키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강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의 권리’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AI 시대에 기본소득은 복지 정책을 넘어 공유자산에서 발생하는 부를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
△1957년 △서울대 경제학과 동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前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재명 도정) △기본소득한네트워크 이사장 △기본소득 국민운동본부 공동 상임대표

원종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