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도대체 트럼프는 무슨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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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도대체 트럼프는 무슨 생각일까?
[마켓칼럼]도대체 트럼프는 무슨 생각일까?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트럼프 행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관세인상 및 외국인 추방 정책을 밀어 붙일까?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는 경제정책을 보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하나”는 한탄을 하게 된다. 대 중국 관세율을 100% 이상으로 올리는 한편, 4월 10일에는 향후 10년 동안 최대 5.3조 달러(약 7700조 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더 나아가 지난 3월 15일에는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범죄조직원으로 규정해 추방하는 등 자신의 공약을 거침없이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경제에 모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 정책 모두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는 “Trump to Reshape US Economy With Tariffs, Crackdown on Migrants”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가 0.9%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경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으로, 상호관세 부과까지 감안하면 인플레 압력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안은? 셰일 증산!

일단 트럼프는 “인플레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쪽의 입장이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외국인을 추방하더라도 인플레 압력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금리를 내리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주장할 정도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셰일 증산인 것으로 보인다. 아래 첫 번째 [그림]에 표시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0년)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800만 배럴 수준에서 1300만 배럴 수준까지 껑충 뛰고 국제 원유 선물이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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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폭락하면 에너지 비용이 저렴해지는 것은 물론, 옥수수와 콩을 비롯한 곡물 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때 바이오 에탄올 혼입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이 급락했는데, 굳이 연비가 좋지 않고 또 엔진 노화 우려가 있는 바이오 연료를 넣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에탄올 재고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국제 콩값의 하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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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미국의 셰일 증산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인플레 압력을 약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이기에, 관세부과 및 외국인 추방의 영향이 인플레를 점점 더 가파르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다.

강력한 달러 약세 정책? 시행 가능할까?

이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애플의 텍사스 공장이다. 뉴욕타임즈의 흥미로운 기사 “Trump’s New Tariffs Test Apple’s Global Supply Chain”에 따르면, 2013년부터 맥북 생산 라인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중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공장을 방문해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지만, 텍사스 공장은 교대 근무자를 제때 구할 수 없었던 데다 맞춤형 나사와 같이 필요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찾기 힘들어 생산량을 늘릴 수 없었다. 더 나아가 팀 쿡 최고경영자는 “중국과 경쟁할 만큼 숙련된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달러 약세 정책이다. 이른바 마라라고 협정이 그것인데, 마라라고란 트럼프의 별장이 위치한 플로리다의 휴양지 이름이다. 블룸버그의 흥미로운 기사 “Mar-a-Lago, or Much Ado That Might Never Happen”에 따르면, 달러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더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며 이를 위해 관세인상 및 미국의 방위 우산 제공 등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미국의 낮은 요소 가격 경쟁력 문제를 달러 약세로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유지함으로써 미국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플랜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마라라고 협정을 실행하는 데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미국 달러 가치가 그렇게 높은 상태가 아니다. 일본 엔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유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처럼 미국 달러 가치가 절정에 도달한 시기와 차이가 있다.

더 나아가 미국 달러의 지위가 하락함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즉 미국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추구할 때,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지위가 내려가면서 자금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문제는 연준이 인플레 위험을 들어 금리를 순순히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마라라고 협정의 최대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2026년 4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에 대한 고민이 큰데, 과연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인지 의문을 품은 이들이 많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것도 문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 회담 중재 과정에서 본 것처럼, 우방국에 대한 배려를 발견할 수 없는 태도는 “미국의 방위 우산 제공” 같은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어떤 나라가 미국의 약속을 믿고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하려 드는 순간, 국내외로부터 “트럼프에게 속은 바보” 취급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장대한 계획이 제대로 풀려나갈지 확신하기 어렵다. 필자더러 어느 쪽에 판돈을 걸 것이냐고 묻는다면, 트럼프 대통령 퇴임 시점의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쪽에 베팅할 것 같다.

물론 필자의 분석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방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철회하는 한편, 미국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역량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추방을 보류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그의 꿈이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필자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