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포스터
'어른 김장하' 포스터
우연히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어른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감히 ‘어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에 전편을 모두 볼 수밖에 없었다. 그냥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 시대의 ‘진정한 큰 어른’이 바로 우리의 곁에도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평생 차도 없이 걸어 다니고,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장학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의미 있는 교육사업, 문화예술운동, 시민운동 등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은 이 시대 ‘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생이 19세부터 80세가 가까운 현 시점까지 깨알같이 이타적인 모습으로 살아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픈 사람들에게 한약을 팔아서 모은 돈이니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삶의 철학, 본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존경스럽다. 금전만능의 시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에 ‘돈은 똥이다’라며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똥을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자신도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한약방에서 일하다 아예 한약사시험을 보고 한약사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대단한 노력이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좋은 약재만 사용한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약방이 되었다. 수십명의 직원에게 주는 급여도 다른 한약방에 비해 2, 3배 더 많이 지급했다. 한약방의 성공으로 큰 부자가 되었지만 돈은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았다. 정장이나 사치품은커녕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뚜벅이’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쓸 때는 웬만한 부자는 흉내도 내지 못할 만큼 말 그대로 펑펑 썼다. 1984년에는 진주의 명문고 중 하나로 불리는 명신고등학교를 100억이 넘는 사재를 들여 지었다. 이후 1991년에는 이 학교를 아무런 보상 없이 국가에 헌납하면서 “본교를 설립한 돈이 아픈 사람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2000년에 설립한 남성문화재단은 진주지역의 각종 문화사업, 학술연구, 장학, 언론, 환경운동,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지리산생명연대 등에 아무 대가도 없이 엄청난 후원을 했다. 이런 김장하선생의 별명은 ‘지역의 어른’인데, 진주의 어른을 넘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진정한 어른’이다.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며 34억 원이라는 큰돈을 경상대에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또다시 내놓으면서도 "무거운 짐을 대신 지게 해서 죄송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몇 살부터 어른이 되는가? 법적으로는 19세가 되면 성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60이 되고, 70이 되더라도 어른이라는 표현이 어색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늘 새벽, 나도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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