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0.1%만 가질 수 있다"…VVIP 카드, 얼마나 좋길래
‘대한민국 상위 0.1%인 당신을 초대합니다.’

카드사가 보내는 이 메시지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선택받은 이들에게만 허락된 세계로의 초대장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프리미엄이란 단어는 흔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VVIP 고객만을 위한 프리미엄 카드의 세계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은밀하다. VVIP 프리미엄 카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회원에게 특별한 지위와 특권을 제공하는 상징으로 통한다.

일반적인 신용카드는 일정한 연소득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VVIP 카드는 다르다. 카드사가 직접 고객을 선정해 초대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발급된다. 경제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명예까지 평가한다. 아무리 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발급받을 수 없다. 회원 수 역시 제한해 카드의 희소성과 프리미엄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VVIP 프리미엄 카드를 두고 대중의 관심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연회비나 연회비를 웃도는 혜택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 카드의 핵심 가치는 금전적 혜택이 아니다.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적인 경험과 네트워크, 그리고 특정 계층(class)에 속했다는 상징성에 있다.

국내 VVIP 프리미엄 카드는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프라이빗한 행사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VIP 서비스, 최상위 호텔과 항공사의 특별 혜택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회원의 요구를 24시간 맞춰주는 전담 컨시어지(비서)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단순 예약 대행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고려한 맞춤형 프리미엄 솔루션을 선사한다. 이 카드 한 장으로 회원들은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차원이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

VVIP 프리미엄 카드는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고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이 카드를 손에 쥐었다는 것은 특별한 세계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와도 같다.

대학병원 동행하고 미쉐린 셰프 예약도…'개인 비서' 된 카드
결제수단 넘어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상위 0.1%만 가질 수 있다"…VVIP 카드, 얼마나 좋길래
‘시간은 곧 돈(Time is money)’이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만 고액 자산가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강력하다. 이들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다. 불필요한 작업은 아웃소싱하고, 일정을 최적화하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레버리지’하는 것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VVIP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이런 고객의 요구에 맞춰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다림이나 복잡한 예약 절차 없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최상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결제 수단을 넘어 VVIP의 개인 비서로 프리미엄 카드가 진화하는 이유다.

삼성카드는 VVIP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전담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오랜 경험을 갖춘 ‘라움 매니저’를 통해 365일, 24시간 내내 전담 컨시어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국내외 레스토랑과 문화 공연 추천 및 예약 서비스, 하이엔드 제품 구매대행 등 개인 비서 같은 고객별 최적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나만의 프라이빗한 개별 여행지, 미쉐린 스타 셰프 레스토랑 추천 및 예약, 쇼핑 리스트 해외 구매대행 요청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자녀의 유학을 위한 현지 학교의 정보까지 알려준다.

KB국민카드는 VVIP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고객에게 대학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예약 대행을 넘어 VVIP 고객이 병원을 방문할 때 동행해 안내 및 지원을 하는 고급 서비스다. 골프백 딜리버리 서비스도 KB국민카드가 제공하는 VVIP 서비스에 포함돼 있다. 신한카드는 해외 주요 공항에서 의전과 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서도 편리하게

카드사들이 VVIP에게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일반적인 카드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예약을 대행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분석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미쉐린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는 좌석 확보뿐만 아니라 고객이 선호하는 요리 스타일과 분위기까지 고려해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VVIP 프리미엄 카드는 글로벌 결제기업인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와의 연계를 통해 컨시어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들 서비스는 해외 어디서나 24시간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개인 비서 서비스다. 예컨대 까다로운 해외 공연 티켓 예매나 예상치 못한 해외 호텔 예약 취소 등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VVIP 카드 서비스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금융 컨설팅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세계 명사들과 교류하고 강의를 들을 기회도 만든다. 다만 소수의 VVIP를 위한 카드인 만큼 구체적인 혜택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고급 네트워킹도 도와

카드사들은 VVIP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행사도 다채롭게 연다. V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한 행사는 그들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기획한다. 단순한 VIP 서비스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한 초청 이벤트를 열고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컬렉션을 소개하는 VVIP 쇼핑 행사를 연다. 유명 음악가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소규모 공연 및 전시회나 최상급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준비하는 프라이빗 다이닝 행사도 주최한다. 이런 행사들은 VVIP 고객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다. 고객 충성도를 더욱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치 있는 인맥을 형성할 기회도 준다. VVIP만 참석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비즈니스 및 네트워크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명 갤러리에서 열리는 경매 행사, 한정판 명품 출시 초대 등이 대표적 사례다. VVIP에게는 단순한 시간 소비가 아니라 가치 있는 관계 형성의 기회다.

돈 많다고 발급? 초대장 있어야 가능…평판도 뒷받침돼야
어떤 사람이 VVIP 카드 갖고 있나

VVIP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돈이 많다고 해서 아무나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는 고객의 자산 규모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평판도 심사한다. 엄격한 초대 전용(invitation-only) 원칙을 적용하며 고객의 명성이 카드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단 1000명의 VVIP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한다. 현대카드가 먼저 초청하지 않는 한 신청할 수 없다. 초청받고 가입 의사를 밝혀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비롯한 위원 8명이 직접 심사해 만장일치로 승인이 나야 한다. 이런 이유로 유명 연예인이 일상생활에서 현대카드 VVIP 전용 카드인 더 블랙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삼성카드의 경우에도 소수의 개인·법인 고객을 위해 입회 절차부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최상위 1%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자격 기준 심사를 거쳐 발급하고 있다.

JP모간은 VVIP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할 때 최소 1000만달러(약 130억원) 이상 자산을 예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객의 사회적 영향력도 주요한 평가 항목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연간 최소 35만~50만달러를 써야 하는데 유명 인사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왕족, 스포츠 스타 등 공신력 있는 인물에게 우선 발급한다. 두바이 퍼스트 로열 카드는 두바이 왕실 및 고위층 인사만을 엄선해 발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VVIP 프리미엄 카드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은 이를 사용하는 고객의 명성이 신용카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VVIP 프리미엄 카드가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자격’이자 ‘사회적 인정’인 셈이다. 아무리 재력이 크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인물에게는 VVIP 카드가 발급되지 않는다. 재력과 더불어 높은 사회적 평판과 신뢰도가 뒷받침될 때 진정한 초프리미엄 신용카드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성급 호텔 식사·숙박권…입국하면 공항에 리무진
연회비 훌쩍넘는 선물공세

국내 VVIP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는 최대 수백만원에 달한다. VVIP 고객은 카드 연회비보다 제공되는 혜택과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카드사들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하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며 연회비 이상의 가치를 돌려주고 있다. 글로벌 호텔 무료 숙박권, 명품 브랜드 바우처, 프라이빗 골프 서비스 등 일반 카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혜택을 담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VVIP 고객을 겨냥한 만큼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별화된 ‘선물’ 제공

"상위 0.1%만 가질 수 있다"…VVIP 카드, 얼마나 좋길래
신한카드의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은 연회비가 200만원이다. 회원에게는 매년 신라, 파크하얏트, 조선팰리스 등 국내 특급호텔 8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숙박 및 식사 패키지를 제공한다. 항공권을 예매할 땐 연 1회 항공 좌석 업그레이드나 동반자 무료항공권을 선택할 수 있다. 공항과 골프장 리무진 서비스도 제공해 VIP 고객의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더해 홀인원을 기록한 회원에게 축하금을 지급하는 독특한 혜택도 포함돼 있다.

삼성카드의 라움 O는 연회비가 200만원이다. 국내 유명 호텔, 해외 럭셔리 브랜드, 골프클럽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기프트 바우처를 매년 보내준다. 항공권 할인은 물론 항공권 업그레이드 또는 동반자 항공권 무료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JW메리어트 등 국내 특급 호텔 객실 등 할인과 주차대행 무료·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레드텅, 백리향 등 국내 유명 레스토랑과 버버리, 르메르, 이자벨마랑 등 명품 패션 브랜드, 달팡, 설화수 등 뷰티숍·스파 등에서도 할인 또는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회비 300만원인 현대카드의 더블랙은 회원만을 위한 프리미엄 바우처를 제공한다. 몽클레르, 키톤 등 럭셔리 브랜드와 라망 시크레, 이타닉 가든 등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쓸 수 있는 50만원권 4장을 매년 제공한다. 더블랙 회원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전담 매니저인 더블랙 컨시어지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라운지 서비스인 마티나골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인천국제공항 및 국내 특급호텔의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가능하다.

KB국민카드의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는 연회비가 200만원이다. 회원에게는 슈퍼프리미엄 쿠폰이 제공된다. 쿠폰은 골프클럽 이용권, 제휴 특급호텔 4종 멤버십, 대한항공 해외 항공권 좌석 승급, 대한항공 동반자 무료 해외 항공권 등 4종의 쿠폰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골프클럽 리무진 이용권과 공항 리무진 이용권 등 2종의 쿠폰 중에서 한 가지를 제공한다. 여기에 밀리의 서재 12개월 구독권, 국민은행 수수료 면제, SMS 서비스 무료 제공 등 금융·건강·문화 서비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혜택도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동반자·가족도 혜택

하나카드의 제이드 퍼스트 센텀(연회비 100만원)은 그랜드워커힐, 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 1박 패키지 또는 해외·항공·면세·여행 60만원 청구 할인 등의 바우처로 연회비에 상응하는 혜택을 장착했다. 신라호텔 더파크뷰, 콘래드서울 제스트 등 특급호텔 레스토랑 20만원 현장 할인 혜택과 연 누적 이용금액별 골프·프리미엄 아울렛 50% 청구 할인 등의 바우처도 제공한다. 세계 공항 라운지에서 본인은 물론 가족과 동반자를 통합해 연 10회 무료 이용도 할 수 있다.

연회비 100만원인 우리카드 로얄블루1000카드는 아시아 지역 왕복항공권 본인 퍼스트 업그레이드, 3인 이상 해외 동반 여행 시 1인 무료, 주중 4인 그린피 무료 등 100만원 상당의 기프트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선 항공권 결제 시 동반자 왕복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해외 호텔 2박 시 1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VVIP 카드 소재는…금보다 귀한 희귀금속
'카드 촉감'까지 고려…스타 화가와 컬래버도

VVIP 프리미엄 카드는 소재부터 특별하다. 단순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티타늄, 카본 파이버, 스테인리스 스틸, 백금, 팔라듐 등 희귀한 소재와 금속으로 제작된다. VVIP 프리미엄 카드에 걸맞은 희소성과 가치를 담기 위해서다. 여기에 카드를 쓰는 VVIP의 촉감까지 고려한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고강도 티타늄을 소재로 VVIP 카드를 제작한다. 묵직하면서도 차가운 촉감이 차별화된 경험을 준다. JP모간의 VVIP 프리미엄 카드는 금보다 희귀한 금속으로 부식이 잘 안되는 백금과 팔라듐으로 만든다. 두바이 퍼스트 로열 마스터카드는 금과 다이아몬드로 돼 있다. 상단은 금으로 덮여 있고 카드 중심에는 0.235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카드의 라움 O는 메탈을 정밀하게 세공해 제작한다. 퓨어 화이트, 로열 블루 등 두 가지 색상으로 제공해 고객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신한카드의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은 두랄루민 금도금, 정교한 음각 가공, 다이아몬드 커팅 등으로 제작된다. KB국민카드의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는 고급스러운 메탈 소재를 적용해 럭셔리한 디자인으로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VVIP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패키지도 예술작가의 손길을 거친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나 예술가와 협업해 패키지를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는 국내 유명 도예 작가인 라기환 작가의 작품 두 가지를 웰컴 패키지에 포함했다. 라 작가가 디자인한 반광 백자 미니 화병과 도자 트레이를 제작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VVIP의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전략이다. 장인의 수작업이 가미된 패키지 등은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오브제로 평가받는다. 최상위급 VVIP 카드는 회원별로 커스터마이징된 패키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회원 이름을 새긴 메탈 플레이트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조미현/박재원/장현주/정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