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5명 중 4명, 겨울론 우려 과도해
ASML 실적 쇼크 반박한 TSMC 실적
AI와 비(非)AI 간 온도차 확연…종목 차별화 전망

최근 ASML은 올해 3분기 매출 74억6700만유로(약 11조870억원), 순이익 20억7700만유로(약 3조841억원)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9%, 11.1% 오른 수치다. 당장 3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시장을 실망시킨 건 각종 세부 실적과 전망치였다. ASML이 제시한 내년도 매출 예상치는 300억~350억유로(약 44조5077억~51조9256억원)이다. 이는 시장 전망(361억유로)에 못 미치는 액수다. 장비 예약 액수도 반 토막이 났다.
ASML이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겨울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종목을 모은 'KRX 반도체지수는 최근 석 달간 24.9% 급락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SML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ASML의 실적 전망은 곧 글로벌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통한다. ASML에 앞서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7개 분기 만에 10조원을 넘은 2분기(10조4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또 10조원대였던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대부분의 주식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ASML 실적 쇼크는 단기적인 이슈"라면서 "일시적 실적 악화로 인한 것일 뿐 AI 칩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한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TSMC는 AI 칩 시장의 활황을 타고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 전반의 비관론을 상쇄했다"면서 "내년에도 AI 반도체 업황은 견조할 것이라는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에서 AI와 비 AI 간 온도차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모바일기기·PC용 반도체 시장은 침체되는 상황에서 비 AI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주가 상승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비 AI, 레거시 제품 생산자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류은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