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로 퇴근하던 중 신호위반 사고…산재 인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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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급여 불승인하자 소송
법원 "요양급여 지급 예외인 '범죄 행위' 해석,
사고 당시 상황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민식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A씨 측 청구를 인용했다.
경기 평택시 소재의 한 건설회사에서 전기공(배관공)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3년 8월 15일 전동킥보드를 타고 퇴근하던 중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적색 불이 들어와 있던 중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진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무릎 관절이 골절되고 연골이 파열됐다. 병원 진단이 나오자 같은 해 10월 6일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12일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 지급을 불승인했다. 퇴근길에 발생한 사고였다 해도 그 원인이 A씨의 교통법규 위반에 있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산재라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자기 과실이 중대하지 않았고, 사고의 원인을 신호 위반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 사건이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 산재 인정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 규정상 ‘범죄 행위’에 대한 해석은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A씨의 신호 위반을 산재보험법상 범죄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가 사고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당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횡단할 수 없는데도 A씨가 횡단보도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도로 통행 방법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다소 미비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위법의 정도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 냈다.
장서우 기자 suwu@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