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씨가 직장 내 괴롭힘 인정받지 못한 이유
입력
수정
한경 CHO Insight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만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판례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오요안나 씨 사건에서도 고용노동부는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 다른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행정 등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가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개인 영리활동을 해 수입을 전액 가져간 점,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 및 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임한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오요안나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 가해자가 근로자라면 해당 근로자의 사용자는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골프장 캐디가 골프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사안에서 법원은 골프장 캐디가 근로자는 아니지만 괴롭힘의 가해자는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판단하면서, 골프장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나20141 판결).
해당 사건의 1심 판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2. 15. 선고 2022가합70004 판결)에서는 “직장 내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는 사업주에 대하여 경제적 종속성을 띠고,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주로 특정한 1인의 사업주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사업주의 특정한 지시나 지휘·감독에 구속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이므로(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바413, 41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직장 내 괴롭힘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법리를 확장시켰다. 다만, 해당 판결에서는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골프장이 캐디에 대해서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규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은 지나치게 보호범위가 적다고 판단하여, 최근 국회에는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자 등 노무제공자에게까지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확대하자는 입법안도 제안되었다. 또한 고용노동부도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종결하던 관행을 벗어나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괴롭힘 여부를 조사한 후 시정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근로자가 아닌 사람은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도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