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토론서 이재명에 공세 집중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18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초청 1차 토론회에서 각자의 비전을 밝히면서도 주요 현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하나 같이 경제 강조한 후보들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래 가계·기업·정부 이 3개 영역에 적정한 역할이 있는데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곧바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해서 서민 경기와 내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일자리를 지키도록 하겠다"며 "소비 진작을 위해 확실하게 많은 지원을 하고 소상공인은 채무를 조정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판갈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방안을 '호텔 경제론'으로 규정하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이라며 "경제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퓰리즘 아닌 실력으로 돈 풀기가 아닌 교육과 성장성으로 대한민국 다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성장에 가려진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며 "해답은 분명하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와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겠다"며 "쌓인 부를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해 불평등을 갈아엎겠다"고 말했다.

◇ 진보 후보들 "계엄 때문에 경제 나빠져" vs 金 "말씀 과해"

이재명 후보와 권 후보는 이날 김 후보에게 "계엄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며 공세를 폈다.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된 데 대해, 윤석열 정권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거나 죄송하지 않나"라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는 "저희는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이재명 후보 책임도 매우 크다. 이 후보는 우리가 뭘 하려고 하면 전부 반대를 한다. 기껏 만들어낸 게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이고,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도입은) 반대하고 본인이 약속한 것도 어긴다"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윤석열 씨가 12·3 내란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라며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군을 동원한 내란의 책임을 인정하느냐. 계엄이 이 나라 경제에 비수를 꽂았고 자영업자, 관광, 소비 투자의 흐름을 끊은 걸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다"며 "이쯤 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대리인이 아니냐.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다. 무슨 자격으로 나오셨나.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경제가 어려워진 점은 사실이지만 말씀이 좀 과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됐고 제가 알았으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란이냐 하는 것은 현재 재판 중이고, 여러 가지 판단이 많이 남았다"며 "계엄으로 인해 소상공인이나 경제가 어려워진 점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계속 탄핵이다 뭐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국회 탄핵소추단에서 내란으로 소추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을 뺀 거 모르나"라고 반문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준석 후보가 사회자에게 "지금 경제토론(을 하는 시간) 아니냐"고 지적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재명 후보는 "권 후보의 말은 내란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나빠졌는데,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해결책이 생기지 않겠냐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다"라며 "저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 '커피 원가 120원'·'경제순환론'에 집중 포화 맞은 이재명

이날 토론회에선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에게 공세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제1공약인 인공지능(AI) 육성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준석 후보는 "전국민 AI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인가"라며 "AI가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민간기업과 연합해서 공동 개발하면 (이준석 후보가 생각하는) 12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말한 '호텔 예약' 경제 순환론도 꺼내 공격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은 한계소비성향을 1로 해서 계속 돈다. 무한 동력이다"라고 하자 이재명 후보는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것으로 이준석 후보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정년연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모순이 있다는 취지로 이준석 후보가 지적하자 이재명 후보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런 이론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커피 원가 120원'이라고 했던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꺼내 들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이에 "말에는 맥락이 있는데 한 부분만 딱 떼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가 '노란봉투법'을 꺼내자 이재명 후보는 "대법 판례로 이미 인정하는 것이고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 중에 발생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으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이다.

김 후보는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제 예외와 관련, 이재명 후보에게 "상당히 모순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김 후보가 고용노동부 장관일 때 해달란 대로 해줬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주가지수(코스피) 5000시대'도 함께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주식을 처음 경험할 때 친구 권유로 작전주로 경험하신다고 했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며 "표가 된다고 생각해서 HMM도 민간 기업인데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으로) 옮겨버린다고 했다. 그런 게 주식시장에서 이재명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두 분께서 협공하면서 저한테 (답변) 기회를 안 주신다"고 응수했다.

◇ 보수 후보들 "이재명, 친중국적" vs 이재명 "국익에 맞춰야"

외교안보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쎼쎼(谢谢·고맙습니다)'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너무 친중국적 아니냐"고 따졌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대구 유세에서 "제가 쎼쎼했다"며 "중국에도 쎄쎼하고 대만에도 쎼쎼하고 다른 나라와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 싸우든지 말든지 거기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 이 말 했다. 틀린 말 했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준석 후보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북한이랑 싸워도 (같은 맥락으로) 쎼쎼하면 되나"라고 압박하자 이재명 후보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극단화시켜서 판단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상황이 전개됐을 때 그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 기준은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대응을 두고 김 후보는 "미국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괌 주둔 미군 주일 미군이 전부 연대해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삼중 방어막을 쳐야 한다"며 "필요할 때는 북한의 핵심적 지휘부를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는 보복타격을 확실하게 확보해야만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미국이 승인할 리도 없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견뎌야 해서 가능하지 않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래식 군사력을 최대한 확장하고 한반도의 핵을 비핵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하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金 "원전 안 짓고 어떻게 AI 3대국?" vs 이재명 "후쿠시마는 왜 사고?"

에너지 관련 논의도 나왔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고 어떻게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을 하냐"며 "자꾸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영화 하나 보고 원전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 정책에 관한 원전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는 일도양단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며 "다만 비중을 어떻게 할거냐는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가자는 말"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왜 났냐. 체르노빌 (사고는) 왜 났냐"며 "대한민국 원전이 영원히 안전할 거라고 어떻게 보장하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