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찾은 대선후보들…'광주 정신 부각' vs '민주화 운동 이력'
입력
수정
이재명, 사흘 연속 호남 지역 누비며 지지층 결집
김문수, 박관현 열사 묘역 참배하며 눈물 흘리기도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후보는 각각 '광주 정신'과 '민주화 운동 이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호남 지역을 누비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15일 전남, 16일 전북을 돌며 표밭갈이를 이어온 이 후보는 5·18 기념일 당일까지 호남에 상주하며 3박 4일간의 집중 유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날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인 나주에서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 유세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광주 정신'을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를 던졌다.
이 후보는 "여러분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며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길고 긴 참혹한 군사 정권도 수백 명이 억울하게 죽어갔지만 결국 5·18 민주화운동으로 끝장냈다"며 "촛불 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이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권을 끝장낸 것도 결국 호남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어떤 분이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사랑해요'라고 하는 것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저걸 듣는 깨어있는 호남인들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했을까"라고도 했다.
이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5·18 묘지 참배 시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남긴 발언을 재소환한 것으로, 이 후보는 이를 통해 '호남 자존심'을 자극하며 결집을 유도했다.
이후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이 후보는 방명록에 "5월 광주 정신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광주 학살의 참상은 판·검사가 돼 잘 먹고 잘살며 떵떵거리자고 마음먹은 저 같은 사람이 생각을 고쳐먹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해 다시 탄생하게 했다"며 "그게 이재명을 다시 태어나게 한 사회적 어머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에 호남은 어머니 같은 존재라는 걸 강조하며 "여러분이 지금까지 참고 참으며 수도권 집중, 지역 차별 등 이중의 소외를 감내해왔다는 것을 잘 안다. 민주당 잘 돼 봐야 우리한테 무슨 득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6월 3일 이후엔 '자식 잘 키웠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에도 참석하며 지역민과의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짙은 회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후보는 방명록에 '오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고 적은 뒤, 추모탑에 헌화·참배했다.
이어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알려진 윤상원 열사와, 1982년 단식투쟁 끝에 숨진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박 열사의 묘비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묘비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보였다. 김 후보는 "광주교도소에서 박관현 열사가 죽은 뒤, 제가 그 방에서 1년간 수감생활을 했다"며 "5월을 생각하면 늘 너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1980년대 수감생활을 했던 광주교도소 터를 직접 찾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전남촛불행동 소속 일부 인사들이 김 후보의 방문에 항의하며 "내란공범은 지금 당장 광주를 떠나라", "국민의 명령이다. 내란세력 물러가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센 반발도 맞닥뜨렸다.
이어 열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는 "제 아내는 전남 순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처가에 올 때마다 광주·전남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도 인사도, 악수도 안 하는 냉랭한 분위기를 잘 안다"고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전북 전주로 이동한 김 후보는 전동성당 앞 유세에서 "2036년 하계 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약하며, 새만금을 '세계적 꿈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주 한옥마을 거리 유세에 이어 전북개인택시조합과 간담회 자리에서는 하늘빛 택시 기사 제복을 입고 "제가 대통령이 되면 '택시 대통령'이 되겠다"며 택시 보조금, 노후 대폐차 지원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전북 김제 새만금 개발 현장 방문을 끝으로 현장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5·18 전야제와 본 기념식에는 불참한다.
김 후보 측은 "오는 18일 예정된 첫 대선후보 TV토론 준비를 위해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