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vs "성장"…지사 시절 경제 정책 비교해보니 [李金 경기도정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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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金 경기도정 톺아보기·上]
李 공공 주도 재편, 金 성장 지향
李 지역균형 발전에는 긍정 평가
공공 개입 확대에 부정 평가도
金, IT 클러스터 형성에 결정적
지역 균형 발전엔 상대적 미흡
유사 기조 이번 대선서 이어져
21대 대통령선거가 '전직 경기도지사'의 경쟁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2025년 기준 경기도 예산은 38조7000억원으로, 국가 예산의 5.7% 수준이다. 지자체 중 서울 다음으로 많은 수준으로, 경기도정 업적을 통해 '집권 미리보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도정 방침으로 '공정'을 강조했다. 불평등 해소와 보편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진보적 실험가형 리더'로 평가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미래'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성장과 기업 유치'를 강조한 실행가형 리더였다. 두 후보 모두 지사 시절 업적을 인정받아, 지사 재임 이후 대선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최초로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을 맞이할 가능성에 한경닷컴은 두 후보의 과거를 통해 집권 미리보기를 해보고자 한다.
경기도를 이끌었던 이재명과 김문수 후보(기호 순). 이들은 전혀 다른 경제정책 기조로 도정을 이끌었다. 이 후보는 공공 주도의 재편을, 김 후보는 성장을 좀 더 지향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한 이 후보는 첨단 산업 육성과 함께 '기본 시리즈'처럼 산업·개발 정책도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보여줬다. 반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도를 이끈 김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경기'를 앞세워 성장 중심 정책을 추진했다.
◇ 이재명의 경기 : 공공 주도의 산업 재편
이 후보는 도지사 시절 '3대 기본 정책' 등 복지 정책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선을 견지했다. 그가 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경제 정책은 첨단 산업 육성, 지역 균형 발전, 공공 주도 화폐 유통 등으로 요약된다.경기도지사 재임 때 이 후보는 SK하이닉스 등과 협력해 용인시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경기북부 균형 발전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활발히 전개했다. 경기북부 낙후 지역에 도가 직접 조성하거나 공공 주도로 설계한 산업단지를 늘려 남북 간 개발 격차 해소를 목표로 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 기업에게 산업단지를 임대하는 '경기도형 공공임대 산업단지'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골목상권 활성화, 소득 역외 유출 방지, 지역 내 소비 유도 등을 목표로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또 "배민 공화국에서 탈출하자"는 구호 아래 전국 최초로 '배달특급'이라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민간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를 견제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구조를 만들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지역균형 발전 산업단지 조성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이나 공공 배달 앱의 취지가 시장의 공정성을 지향한다는 취지에서는 지역 내 많은 공감을 샀다.
다만 공공 개입 확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경기 지역 화폐와 공공 배달 앱에 대해선 "민간의 경쟁력, 지속성,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배달특급 사업은 재정 적자 문제로 수익 구조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일부 공공개발은 정무적 갈등을 낳기도 했다.
◇ 김문수의 경기 : 성장과 기업 유치
이 후보보다 먼저 경기지사를 지낸 김 후보는 기업 유치를 위한 판 조성에 더 집중했다. 그의 경기지사 시절 대표 경제 정책 중 하나는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하며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벤처기업 육성과 정보기술(IT)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대 들어 이곳은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굵직한 기업들이 둥지를 틀며 '성공적인 지방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김 후보는 도지사 재임 기간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확대에 행정력을 집약시켰다. 김 후보는 지사 때 "기업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철학 아래,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도내 산업단지 수를 대폭 늘렸다.
판교테크노밸리 외에도 김 후보는 화성 향남지구, 평택 고덕산업단지, 오산 세교산단 등도 추진했다. 또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SOS 시스템'과 '투자진흥과' 신설 등 행정 내 기업 전담 구조도 강화했다.
경기도를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면서 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의 토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당시 그가 추진한 개발이 주로 경기 남부에 집중돼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21대 대선도 비슷한 골격
두 사람이 경기도지사 시절 펼친 정책은 대한민국 지방정부가 산업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오는 6.3 대선에서 맞붙는 두 후보 모두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AI)을 필두로 경제 성장을 1순위 공약으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경기지사 시절 이들이 각각 내세웠던 기조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후보는 '공정한 경제구조'가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봤다. 기술 탈취를 막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근절, 먹튀·시세조종 근절에 따른 공정한 시장질서 창출 등으로 대기업의 반칙행위를 막아 중소기업이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민간과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자유 주도 성장'을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자유경제혁신 기본법'을 제정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미래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를 조성하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wvnryckg.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