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생각을 바꾸고, 글은 세상을 바꿉니다.
미국 뉴욕의 5월은 ‘미술의 시간’으로 불린다. 프리즈(Frieze), 테파프(TEFAF), 트라이베카, 인디펜던트, 나다(NADA), 1-54 등 아트페어가 둘째주부터 최소 12개 이상 동시 개막하기 때문이다. 올해 뉴욕 아트위크는 수많은 악재 속에 열려 긴장이 높았다.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 이에 따른 무역 분쟁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서다.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딜러들은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의 43%를 차지하는 미국, 그중에서도 금융과 예술의 중심인 뉴욕 아트위크가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장 1시간 만에 팔린 제프 쿤스 ‘헐크’지난 7일 오전 11시 프리즈 뉴욕이 열린 허드슨 야드의 예술센터 더 셰드(The Shed). 나흘째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마침내 파란 하늘을 드러낸 뉴욕 날씨처럼 미술계를 휘감던 비관론은 잠시 사그라들었다. “올드머니에겐 지금이 진정한 기회”라는 말이 페어장 곳곳에서 들렸다. 긴 줄을 서서 입장한 VIP가 복도를 가득 메워 활기찬 에너지를 더했다.이번 프리즈 뉴욕에서 최고로 화제가 된 부스는 가고시안갤러리였다. 출품작 중 비싼 작품으로 손꼽히는 제프 쿤스의 ‘헐크(튜바스)’가 개장과 동시에 300만달러(약 42억원)에 팔려나갔다. 생존 작가 중 최고가 경매 기록(약 1300억원)을 보유한 제프 쿤스의 조각 세 점을 단독으로 선보인 가고시안의 밀리센트 윌너 시니어디렉터는 “쿤스의 개인 소장품에서 가져왔는데, 박람회가 예상보다 아주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리자 루의 ‘Zeugma’(2024)가 22만5000달러에, 조앤 스나이더의 &
뉴욕의 5월은 '미술의 시간'으로 불린다. 프리즈(Frieze), 테파프(TEFAF), 트라이베카, 인디펜던트, 나다(NADA), 1-54 등 아트페어가 둘째 주부터 최소 12개 이상 동시 개막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대표 미술관들이 수준급 전시를 선보이고, 전 세계 컬렉터가 모인 때를 겨냥해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등은 봄 경매의 출품작들을 미리 공개했다. 올해 뉴욕 아트위크는 수 많은 악재 속에 열려 긴장감이 높았다.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 이에 따른 무역 분쟁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독일, 남미 등에서 참여한 갤러리들은 박람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까지 작품 일부가 관세 당국에 묶여 있다 개막 하루 전날 반출된 사례도 빈번했다고 밝혔다.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딜러들은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의 43%를 차지하는 미국, 그 중에서도 금융과 예술의 중심인 뉴욕 아트위크가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리즈 1시간 만에 팔린 42억짜리 ‘헐크’ 지난 7일 오전 11시 프리즈 뉴욕이 열리는 허드슨 야드의 예술센터 더
“미래적 상상력을 인공지능(AI)기술로 구현해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선도적인 예술가.”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제3회 ‘LG구겐하임 어워드’시상식에서 주최 측이 첫 한국인 수상자를 호명하며 내린 평가다. 최근 3년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예술가, 첨단 기술로 순수 예술계를 뒤흔든 주인공은 김아영 작가(47)다.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 큐레이터는 “김아영 작가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시간과 인간의 경험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꾼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비현실적 것들을 뒤섞는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구는 지금도 무한히 확장 중이다. 영상, VR, 텍스트, 퍼포먼스, 게임 시뮬레이션, 인공지능(AI)까지 그야말로 한계가 없다. 서울 태생으로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다소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사진과 순수 미술을 공부하고, 30대가 되어서야 지금의 세계를 하나씩 엮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아영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21일 서울 작업실에서 시작해 이달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아티스트,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그가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은 1968년 지어진,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인 종로 낙원아파트. ‘미래는 역사에 답이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 김아영 작가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간에서 7년째 새로운 미래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여성 배달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한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후속작인
“미래적 상상력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해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선도적인 예술가.”8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제3회 ‘LG구겐하임 어워드’ 시상식에서 주최 측이 첫 한국인 수상자를 호명하며 내린 평가다. 최근 3년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예술가, 첨단 기술로 순수 예술계를 뒤흔든 주인공은 김아영 작가(47)다.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큐레이터는 “김 작가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시간과 인간의 경험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드러낸다”고 했다.그는 이야기꾼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비현실적 것들을 뒤섞는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구는 지금도 무한히 확장 중이다. 영상, VR, 텍스트, 퍼포먼스, 게임 시뮬레이션, 인공지능(AI)까지 그야말로 한계가 없다. 서울 태생으로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다소 늦은 나이인 20대 후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사진과 순수 미술을 공부하고 30대가 돼서야 지금의 세계를 하나씩 엮어나가기 시작했다.AI와 협업하는 디지털 이야기꾼김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21일 서울 작업실에서 시작해 이달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아티스트,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가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은 1968년 지어진,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인 종로 낙원아파트. ‘미래는 역사에 답이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 김 작가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간에서 7년째 새로운 미래를 써내려가고 있다.여성 배달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한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후속작인 ‘딜리버리
독일 남서쪽 바덴바덴. 우리말로 ‘목욕, 목욕’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고대 로마 때부터 지금까지 유럽 최고의 온천장으로 명성이 높다. 약 2000년 전부터 유럽 귀족과 왕들이 바덴바덴을 찾아 온천을 즐겼다. 바덴바덴의 또 다른 별칭은 ‘축제의 도시’다. 연중 최고 수준의 축제가 열리는데 하이라이트는 1주일씩 열리는 부활절(봄), 성령강림절(봄), 여름, 가을, 겨울 축제다. 계절마다 최소 한 편 이상의 오페라 작품과 클래식 콘서트가 줄을 잇는다.축제의 도시가 된 배경은 유럽 여타 축제와는 사뭇 다르다. 1990년대 온천장의 명성이 시들해지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시민들이 나서서 극장을 지어 마을의 위상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바덴시는 옛 중앙 기차역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고, 시민들은 십시일반 기부해 건물을 세웠다. 바로크 양식을 절충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중앙역 청사는 과거 모습 그대로 두고, 그 뒤에 초현대식 새 극장을 지었다. 지금의 ‘바덴바덴 축제극장’이 이렇게 탄생했다. 중앙역 매표소에서 공연 티켓을 사고, 개찰구를 통과해 콘서트장에 입장하면 현대식 극장에서 최첨단 공연이 열리는 식이다.이 극장은 1998년 4월 18일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평화를 위한 월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막을 올렸다. 기차마저 멈춘 역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고, 10여 년 만에 바덴바덴 페스티벌은 세계 굴지의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100년 넘는 음악 축제가 수두룩한 유럽에서 바덴바덴이 단 10년 만에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한 장의 DVD에서 비롯했다. 2007년 공연 실황을 녹화해 ‘바덴바덴 오페라 갈라’라는 DVD를 출시했는데,
아마존 숲의 사각거림, 체르노빌 땅을 흔드는 작은 진동,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지나는 바람…. 남자는 언제나 이런 장소로 훌쩍 떠난다. 그곳에서 '소리'를 채집한다.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의 흔적과 세계의 기억을 담아 뉴욕으로 돌아온다. 여자는 남자가 녹음해온 시간의 흔적을 함께 듣는다. 마음으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쓴다. 시가 되기도, 소설이 되기도, 짧은 문장이 되기도 한다. 때론 노래로, 때론 그림으로 살아난다. 이것은 미국 출신 '펑크록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79)와 음향예술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56)이 지난 10년 넘게 함께 해온 작업의 방식이다. 크라스닌스키는 뉴욕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전자음악, 필드 레코딩, 환경음을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적 풍경을 만드는 2인조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Soundwalk Collective'의 창립 멤버. 이들의 작업은 소리와 시가 주고 받는 대화로 요약된다. 역사의 비극과 치유, 인간성의 회복을 함께 외쳐왔다. 두 사람은 10년간 함께한 작업과 한국 땅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등 8점의 영상과 드로잉, 설치 작품이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남창동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개막한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Correspondences)’에서 패티 스미스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를 만났다.“스테판의 소리는 기억이고, 나의 시는 응답입니다. 스테판이 육체적 여행자라면, 나는 정신의 여행자입니다. 80세가 가까워진 나이라 더 이상 마음껏 여행하지 못하지만, 그를 통해 나의 마음은 원없이 떠나고 또 돌아왔어요. 이 전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대화의 일부이죠.&rdqu
“인간의 마음속에는 어둠이 있지만 그리스도의 빛은 그보다 더 크다.”88세를 일기로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성탄절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전한 말이다. 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에 평화와 화해를 호소하는 메시지였다. ‘가난한 자들의 성인’으로 불린 교황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세상의 빛으로 남았다.가톨릭 성인(聖人)은 평생 빛을 좇으며 살아간다. 중세 신학에서 빛은 신의 존재이자 진리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빛은 신의 신성한 빛을 상징했다. 천년 넘게 유럽 예술에서 ‘시들지 않는 꽃’이었던 스테인드글라스는 문맹률이 높던 중세 시대엔 성경 속 장면을 새겨 넣었고, 2000년 전후로는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색마다 의미도 달랐다. 푸른색은 하늘, 평화,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됐다. 빨간색은 성령, 희생, 사랑과 관련돼 주로 예수의 고난이나 순교를 뜻한다. 초록색은 생명과 회복의 상징이고, 노란색은 신의 빛과 진리를 의미한다.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이나 성경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종교 건축물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시시각각 바뀌는 빛을 마주하면 누구나 경건한 묵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자랑하는 800년 역사의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현대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독일 쾰른 대성당, 가우디의 걸작이자 거대한 백색 내부 기둥과 공간을 색색의 빛으로 물들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유럽의 종교 건축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예술 거장 김인중 신부의 전시 ‘보이지 않는 색들(Couleurs de l’invisible)’이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170㎞ 떨어진 샹보르성에서 8월 31일까지 열린다. 샹보르성은 유럽 최대의 산림 정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32㎞에 이르는 담장이 둘러싼 약 50㎢ 규모의 숲에 있다.샹보르성은 프랑수아 1세가 솔로뉴 지방에서 사냥을 즐기기 위해 지은 숙소. 당시 왕족은 거주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별장으로 이런 성들을 프랑스 전역에 건축했다. 지난달 찾은 샹보르성은 왕실 침실과 몇몇 공간을 제외하고는 가구가 거의 없이 텅 빈 상태였다. 건물 중앙의 아름다운 이중 계단을 중심축으로 김 신부의 작품들은 무심히 놓여 있다. 마치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흰 벽과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공간에서 더 빛을 발했다.2월부터 샹보르성 입주…생 루이 헌정 유화 3점 제작샹보르성은 2011년부터 약 30명의 예술가가 일정 기간 성에 입주해 작품을 창작하고 성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초대된 김 신부는 지난 2월 17일부터 이곳에 머무르며 샹보르성 수호성인 생 루이(루이 9세)에게 헌정하는 유화 신작 3점을 제작했다.이 작품은 색의 터치가 하늘로 치솟는 듯하다. 하늘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힘찬 기운이 생 루이의 정신과 흡사한 것 같아 김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생 루이는 나라가 자기 능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하늘이 주신 큰 선물이라고 여길 만큼 종교와 정의를 중요시한 위대한 성인이었다. 김 신부는 “오늘날에도 이런 성인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성 3층의 900㎡ 공간에 김
캔버스 하나에 소설책 한 권쯤 거뜬히 담아내는 사람. 청춘의 어정쩡한 단면을 그리는 마이애미 기반의 화가, 헤르난 바스(47)다. 쿠바 이민자 2세이자 성소수자인 그의 작품 세계는 볼수록 기이하고 경이롭다. 혼란한 듯한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분산된 듯한 세계가 하나로 수렴된다. 캔버스 가득 신비한 이야기로 넘쳐난다.바스는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인 아버지를 따라 플로리다주 북부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마이애미를 기준으론 북쪽이었지만, 미 대륙에선 남부의 무드로 가득했다. 아프리카 노예의 정착지였던 미시시피 인근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흘러넘쳤다. 유령 이야기, 괴물 이야기, 외계인 이야기까지 밤새워 할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다. 6남매 중 한 명이던 그는 누나와 형들에게서 ‘진짜 그럴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다. 그 아이가 천착한 것은 회화였다. 초자연적 요소를 고전 시가, 종교적 설화, 신화와 문학으로 엮어내며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상 작가가 된 바스를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만났다. 2023년 12월 마이애미 바스뮤지엄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개념주의자’에서 조우한 후 1년여 만이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 신작 12점이 걸린 이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열린다. 그의 한국 개인전은 2021년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선보인 후 4년 만이다.▷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혹은 미소년)의 표정은 대체로 무표정하거나 심드렁합니다.인물은 항상 스토리를 반영해 그리려고 합니다. 삶의 여정에서 중간 단계쯤에 있는 불확실한 상황, 과도기적 단계를 표현하
캔버스 하나에 소설책 한권쯤 거뜬히 담아내는 사람. 청춘의 어정쩡한 단면을 그리는 마이애미 기반의 화가, 헤르난 바스(47)다. 쿠바 이민자 2세이자 성소수자인 그의 작품 세계는 볼수록 기이하고 경이롭다. 혼란한듯한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분산된듯한 세계가 하나로 수렴된다. 캔버스 가득 신비한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헤르난 바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이던 아버지를 따라 플로리다주 북부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마이애미를 기준으론 북쪽이었지만, 미국 대륙에선 최남단이자 아프리카 노예의 정착지였던 미시시피 인근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흘러 넘쳤다. 유령 이야기, 괴물 이야기, 외계인 이야기까지 밤새워 할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다. 6남매 중 한 명이던 그는 누나와 형들로부터 ‘진짜 그럴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다. 그 아이가 천착한 것은 회화였다. 초자연적인 요소를 고전 시가, 종교적 설화, 신화와 문학으로 엮어내며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상 작가가 된 헤르난 바스를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만났다. 2023년 12월 마이애미 바스 뮤지엄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개념주의자(The Conceptualists)’에서 조우한 후 1년여 만이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The space between needful & needless)'이다. 신작 12점이 걸린 이 전시는 5월 31일까지 열린다. 그의 한국 개인전은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2021년 선보인 후 4년 만이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혹은 미소년)의 표정은 대체로 무표정하거나 심드렁합니다. 어딘가 불편한 모습입니다.인물은 항상 스토리를 반영
아마존 숲의 사각거림, 체르노빌 땅을 흔드는 작은 진동,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지나는 바람….남자는 언제나 이런 장소로 훌쩍 떠난다. 그곳에서 ‘소리’를 채집한다.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의 흔적과 세계의 기억을 담아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다. 여자는 남자가 녹음해온 시간의 흔적을 함께 듣는다. 마음으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쓴다. 시가 되기도, 소설이 되기도, 짧은 문장이 되기도 한다. ◇소리와 시가 주고받은 대화이것은 미국 ‘펑크록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79·아래사진 왼쪽)와 음향예술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56·아래사진 오른쪽)가 지난 10년 넘게 함께 해온 작업 방식이다. 크라스닌스키는 뉴욕과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전자음악, 필드 레코딩, 환경음을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적 풍경을 만드는 2인조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창립 멤버다. 이들의 작업은 소리와 시가 주고받는 대화로 요약된다. 역사의 비극과 치유, 인간성의 회복을 함께 외쳐왔다.두 사람이 10년간 함께한 작업과 한국 땅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등 8점의 영상 및 드로잉, 설치 작품이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남창동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개막한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Correspondences)’에서 만난 스미스는 “스테판의 소리는 기억이고, 나의 시는 응답이다”며 “이 전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대화의 일부”라고 했다.남산 자락에 있는 4개 층의 전시 공간은 옥상까지 차곡차곡 이들의 작품으로 쌓였다. 크라스닌스키가 역사적인 장소들을 찾아가 수집한 소리에 스미스의 시 읽는 목소리
아마존 숲의 사각거림, 체르노빌 땅을 흔드는 작은 진동,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지나는 바람…. 남자는 언제나 이런 장소로 훌쩍 떠난다. 그곳에서 '소리'를 채집한다.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의 흔적과 세계의 기억을 담아 뉴욕으로 돌아온다. 여자는 남자가 녹음해온 시간의 흔적을 함께 듣는다. 마음으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쓴다. 시가 되기도, 소설이 되기도, 짧은 문장이 되기도 한다. 때론 노래로, 때론 그림으로 살아난다. 이것은 미국 '펑크록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79)와 음향예술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56)가 지난 10년 넘게 함께 해온 작업의 방식이다. 크라스닌스키는 뉴욕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전자음악, 필드 레코딩, 환경음을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적 풍경을 만드는 2인조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멤버. 이들의 작업은 소리와 시가 주고 받는 대화로 요약된다. 역사의 비극과 치유, 인간성의 회복을 함께 외쳐왔다. 두 사람은 10년간 함께한 작업과 한국 땅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등 8점의 영상과 드로잉, 설치 작품을 들고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남창동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개막한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Correspondences)’에서 패티 스미스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를 만났다. “스테판의 소리는 기억이고, 나의 시는 응답입니다. 스테판이 육체적 여행자라면, 나는 정신의 여행자입니다. 80세가 가까워진 나이라 더 이상 마음껏 여행하지 못하지만, 그를 통해 나의 마음은 원없이 떠나고 또 돌아왔어요. 이 전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대화의 일부이죠.”-패티
냉동 감자를 담았던 누런 종이 포대, 그 위에 연필로 낙서하듯 그려낸 수 많은 여성들이 벽을 둘러싼다. 한결같이 머리를 질끈 묶고 흰 마스크를 한 이름 모를 사람들. 부릅뜬 눈은 동공까지 훤히 보여 적잖이 놀란듯, V자를 그리는 눈썹은 있는대로 화가 잔뜩 난듯 보인다. 눈동자는 어디를 보는 지 알 수 없다. 제맘대로 시선이 돌아가 있어서다. 전시 공간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설치 한 점. 굵은 머리털이 듬성듬성한 두상 조형물의 주인공은 검정색 리본 달린 머리망.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군상이다. 그의 이름은 '민정'이다. 이 작업은 지난 3월 말 열렸던 아트바젤 홍콩 2025에서 전 세계 신진작가 22명(팀)과 경합해 ‘MGM디스커버리즈상’의 첫해 수상자가 된 신민 작가(40)의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중 하나다. 오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P21 갤러리에서 ‘으웩! 음식에서 머리카락! (Ew! Hair in My Food)’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신 작가의 작업은 분노에서 시작됐다. 검정색 리본 달린 머리망과 놀라거나 다소 질린 표정의 캐릭터들이 끝없이 변주된다. 생계를 위해 작가가 카페와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씨앗이 됐다. 일터에서 매일 산더미처럼 쌓여 버려지는 감자튀김 포대 포장지를 반복해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해 노동자들이 받는 감시, 자아가 억압되는 현실을 표현했다. 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신민 작가는 “이 작업은 노동자의 머리카락에 담긴 인간 노동의 이야기”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에서 가장 민감한 건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열리는 전시 중 가장 화제가 된 이벤트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 25’다.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호크니의 70년 경력을 총망라한다. 11개의 방에서 약 400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1955년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회화와 드로잉, 무대 세트와 디지털 회화까지 모아 역대 호크니 전시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준비 기간만 2년 넘게 걸렸다.이런 숫자만 화제가 아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파리 불로뉴숲에 지은 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열린 모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 게리는 “호크니의 그림이 건축물을 압도할 것”이라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이번 전시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르노 회장은 호크니의 초창기 작품부터 열정적으로 수집해온 인물.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의 스튜디오와 재단에서 소장한 작품 외에 전 세계 기관과 소장자에게서도 작품을 대여해왔다. 호크니 역시 전시 구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그린 초창기 작품인 ‘캘리포니아 드림’ 시리즈는 4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다. 호크니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만 해도 내가 여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그런 호크니가 전시 개막 1주일을 앞두고 단단히 화가 난 사건이 있다. 프랑스 정부가 호크니 전시 포스터를 파리 지하철에 걸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지난 2일 영국 인디펜던트
경기도 양평군 북한강변을 따라 서종면 수능리 깊은 숲속에 다다르면, 회색빛 음악감상 공간 ‘모던클로이스터’가 나온다. 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자신을 ‘빛을 듣고 소리를 보는 공간’으로 소개한다. 모던클로이스터는 중세 수도원의 클로이스터(회랑)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다. 클로이스터가 중세 수도자들에게 천국의 공간이었던 것처럼, 현대인들에게 음악을 통한 특별한 쉼과 명상으로 ‘작은 천국’이 되고자 한 바람을 담았다. 모던 건축에 기반을 두고 중세를 포함한 고음악과 클래식, 현대의 재즈 등 컨템포러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종합 예술 공간을 구상했다. 지난 15일 저녁 이곳에서는 특별한 음악감상회가 열렸다. 저녁 7시부터 ‘모클 음감회: 모리코네vs반겔리스’라는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영화음악의 두 거장의 시기별 주요 음악들이 영화의 명장면들과 함께 펼쳐졌다. 이날 사회는 공간을 만든 조대성 대표(53)가 직접 진행했다.“악보를 볼 줄 모르던 반겔리스는 마치 예언자와 같았고, 모리코네는 모든 음을 머릿속으로 미리 생각하는 정교한 설계자와 같았어요.” 모던 클로이스터의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2층과 3층의 음악 감상 공간으로 안내 받는다. 이음새 하나 없는 육중한 문을 열면, 우선 미학적으로 압도적인 오디오 스피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 대표는 한국 나사렛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산타클라라대 성악과 합창지휘 석사, 클레어몬트대 교회음악 박사를 지낸 인물.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성당에서 9년간 음악감독일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 나사렛대 음악목회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모던 클로이스터는 조 대
지난 26일부터 닷새간 열린 ‘아트바젤 홍콩 2025’에선 한국 갤러리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참가 갤러리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갤러리로, 한국에서는 국내 지점이 있는 외국계 갤러리를 포함해 20개가 참여했다.매년 9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를 지난해까지 3년간 공동개최하며 글로벌 아트페어에서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갤러리들이 소개하는 작가군과 작품의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홍콩, 바젤, 파리, 마이애미 등 전 세계 4곳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나 그해 가장 돋보이는 신진 작가 개인전으로 꾸미는 ‘디스커버리즈’ 섹션이 마련된다. 올해 P21갤러리가 신민 작가를, 갤러리 휘슬은 이해민선 작가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이 중 신민 작가(40)는 올해 신설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의 작가 중 대상 수상자로 호명돼 상금 약 5만달러(약 7300만원)를 차지했다. 신 작가는 생계를 위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된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페어에서는 여성 서비스직 노동자의 현실을 상징하는 머리망에 주목한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등을 선보였다. 곧 마카오에서의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대형 설치 작품 18점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 섹션에서도 갤러리바톤이 영국 작가 리암 길릭을, 갤러리 휘슬이 허지예 작가의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국제갤러리는 갤러리 부스 내에서 개인전
‘아시아 왕좌의 귀환인가, 붕괴 전 이상 징후인가.’ 지난 달 26일에서 30일까지 열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5’을 요약하는 질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참여 갤러리와 매출 등 숫자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정점에 비하면 여전히 거래액은 낮은 편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은 회복했다는 분위기였다. 지난해에 이어 42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VIP 개막 당일 메가 갤러리들도 몇 시간 만에 잇따라 대작들을 판매했다. 반면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의 중국화 기조 등 국제 정세, 글로벌 미술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이상 조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기간 열린 세계 양대 경매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이브닝 세일에서는 바스키아, 르누아르 등 명작이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지만, 전체 판매 수익은 6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메가 갤러리의 블루칩은 ‘완판’ 아트바젤 홍콩은 2008년 ‘아트HK’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올해 13년째 열리고 있는 행사에 매년 전 세계 컬렉터 8만여명이 방문, 거래 규모만 1조원을 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 동안 규모가 축소되고 파행하는 겪다 지난해 예년 규모를 회복했다. 메가 갤러리들은 VIP프리뷰 첫날 몇 시간 만에 놀랄 만한 판매 실적을 보고했다. 올해 하이라이트는 하우저앤워스를 통해 750만 달러(약 110억 3000만원)에 판매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Coisy Two’(1995)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금속 감옥 안에 담은 조각 작품으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전시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 25'라고 할 수 있다.4월 9일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 전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살아있는 전설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70년 경력을 총망라한다. 11개의 방에서 약 400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1955년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회화와 드로잉, 무대 세트와 디지털 회화까지 모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준비 기간만 2년 넘게 걸렸다. 이런 숫자만 화제가 아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파리 불로뉴숲에 지은 이 공간에서 열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게리는 "호크니의 그림이 건축물을 압도할 것"이라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이번 전시는 LVHM 회장 겸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르노 회장은 호크니의 작품 경력 초창기부터 그의 작품을 존경하고, 수집해온 인물이다. 작가의 스튜디오와 재단에서 소장한 작품 외에 전 세계 기관과 소장자들에게서도 작품을 대여해왔다. 호크니 역시 전시의 구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그린 초창기 작품들인 '캘리포니아 드림' 시리즈는 4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다. 호크니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만 해도 내가 여기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호크니가 전시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단단히 화가 났다. 프랑스 정부가 호크니 전시 포스터를 파리 지하철에 걸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2일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것
‘아시아 왕좌의 귀환인가, 붕괴 전 이상 징후인가.’지난 26일 VIP 프리뷰로 시작해 30일 폐막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5’를 두고 미술계가 던진 질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참여 갤러리와 매출 등 수치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정점에 비하면 여전히 거래액이 적은 편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은 회복했다는 분위기다. 지난해에 이어 42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VIP 프리뷰 개막 당일 메가갤러리도 몇 시간 만에 잇달아 대작들을 판매했다.반면 미·중 무역 분쟁과 홍콩의 중국화 기조 등 국제 정세, 글로벌 미술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기간 열린 세계 양대 경매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이브닝 세일에서는 바스키아, 르누아르 등의 명작이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지만 전체 판매 수익은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 메가갤러리의 블루칩은 ‘완판’아트바젤 홍콩은 2008년 ‘아트HK’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매년 전 세계 컬렉터 8만여 명이 방문해 연간 거래 규모만 1조원을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규모가 줄었지만 지난해 예년 규모를 회복했다. 올해 공식 집계된 방문객은 72개국 9만1000명이다.메가갤러리들은 VIP 프리뷰 첫날 몇 시간 만에 놀랄 만한 판매 실적을 보고했다. 올해 하이라이트는 하우저앤드워스를 통해 750만달러(약 110억3000만원)에 판매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Coisy Two’(1995)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금속 감옥 안에
지난 26일부터 닷새간 열린 ‘아트바젤 홍콩 2025’에서는 한국 갤러리의 약진이 돋보였다. 참가 갤러리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갤러리로, 한국에서는 국내 지점이 있는 외국계 갤러리를 포함해 20곳이 참가했다. 매년 9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를 3년간 공동 개최하며 글로벌 아트페어에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홍콩, 스위스 바젤, 프랑스 파리, 미국 마이애미 등 전 세계 4곳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에는 각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나 그해 가장 돋보이는 신진 작가 개인전으로 꾸미는 ‘디스커버리즈’ 섹션이 마련된다. 올해 P21갤러리는 신민 작가를, 갤러리 휘슬은 이해민선 작가를 선보였다.신 작가는 올해 신설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의 작가 중 대상 수상자로 호명돼 상금 5만달러(약 7300만원)를 받았다. 신 작가는 생계를 위해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한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페어에서는 여성 서비스직 노동자의 현실을 상징하는 머리망에 주목한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등을 선보였다. 곧 마카오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국제갤러리는 갤러리 부스 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캐비닛’ 섹션에 참여해 김윤신 작가의 회화와 판화, 조각 15점과 아카이브 자료 등을 전시했다. 김 작가 작품은 VIP 프리뷰 첫날 회화 3점, 조각 1점 등 총 7점이 팔렸다.조현화랑도 조종성, 김홍주, 권대섭, 박서보 각 1점, 이배 8점, 강강훈 2점, 안지산 2점, 김종학 1점 등이 첫날 모두 팔렸다. 학고
글로벌 경매회사들은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일제히 경매를 진행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중국 본토의 미술품 구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위축되자 출품 대상을 현대미술에서 19~20세기 거장으로 전환했다. 두 회사는 홍콩 본사가 없어 박람회장 일부에서 프리뷰와 경매를 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 처음으로 센트럴 지역 ‘소더비 메종’과 ‘크리스티 홍콩 핸더슨’에서 단독으로 경매를 열었다.먼저 웃은 쪽은 크리스티였다. 지난 28일 열린 20~21세기 경매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의 ‘토요일 밤’(1984·사진)이 1450만달러(약 213억3000만원)에 판매됐다. 봄 시즌 경매의 최고가 기록이다. 7~8명의 응찰자가 가격을 높여 부르다가 10여 분 만에 경매가 종료됐다. 한 중국인 응찰자는 마르크 샤갈(약 28억원), 르네 마그리트(약 54억5000만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명작(약 66억원) 세 점을 손에 넣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0일 소더비 경매에서는 르누아르의 또 다른 명작 누드화 ‘잠수정’(1882년작)이 약 45억3800만원에 팔렸다.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수집가들의 열망은 식지 않았지만 위험한 투자를 줄이고 안전한 작품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홍콩=김보라 기자
“미식과 예술이 교차하는 공간, 알루그랑.”낭만과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의 ‘피노 컬렉션’은 럭셔리업계 큰손, 케링그룹의 수장인 프랑수아 피노의 화려한 컬렉션과 예술적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거대한 중앙 돔에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차가운 따뜻함을 포용하는 안도 다다오의 시멘트 벽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는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피노 컬렉션 3층에 있는 레스토랑 알루그랑에서는 특별한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이곳 메뉴는 프랑스처럼 시크하면서 화려하다. 음식이 담긴 접시 하나, 레스토랑 인테리어, 활기찬 스태프의 서비스 등 알루그랑은 고객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한다. 요리 한 접시에 예술과 자연, 삶이 담긴 듯하다.카린 로이펠트 전 보그프랑스 편집장 SNS에도 종종 올라오는 감각적인 레스토랑 알루그랑은 미식 공간을 넘어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 레스토랑이 자리한 건물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1763년 곡물 거래 시장으로 설계된 이후 증권거래소를 거쳐 현대 미술관으로 변모하며 파리의 경제 및 문화적 변화를 반영해 왔다. 이 같은 역사적 유산을 계승한 알루그랑은 곡물을 주제로 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레스토랑 이름 ‘알루그랑’은 건물의 과거와 음식의 기초가 되는 곡물의 의미를 담아 미식과 예술적 가치를 결합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레스토랑 내부는 건축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디자인이 완벽히 어우러진 공간이다. 한쪽 창문으로는 웅장한 미술관의 원형 홀과 세월의 흔적이 담긴 프레스코 벽화를, 다른 창문으로
미술관에서의 미식 경험은 일반 레스토랑의 그것과 다르다. 예술작품 감상의 여운과 함께 미각, 후각의 기억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든다. 꼭 전시 관람을 위한 방문이 아니어도 좋다. 소음이 적은 한적한 공간에서 명작들과 즐기는 미술관 레스토랑과 카페를 소개한다.런던 빅토리아&앨버트(V&A)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장식, 공예, 디자인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카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임스 갬블, 윌리엄 모리스, 에드워드 포인터 등은 1868년부터 빅토리아 시대 객실 형태로 카페를 디자인했다. 브리치즈, 피스타치오, 사과 샌드위치 외에도 케이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건물 중간에 펼쳐진 가든 카페는 런던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관광객의 쉼터. 박물관 꼭대기 층의 멤버십 전용 카페는 채광이 좋아 느긋하게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매일 붐빈다.렘브란트, 반 고흐, 베르메르 등의 명작으로 가득한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Rijksmuseum)에는 Rijks 레스토랑이 유명하다. 브뤼셀 콩나물, 송아지 요리 등 지역 메뉴로 2016년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1년 내내 주기적으로 미쉐린 스타 셰
빛을 움켜쥔 화가들, 인상파의 별칭은 ‘외광파’다. 야외에서 스케치한 밝은 톤의 색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일상의 순간을 빛나는 명작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빛을 표현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었다. 그림을 둘러싼 프레임이다.한국경제신문사가 미국 우스터미술관과 함께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선보이고 있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특별전에 걸린 걸작 53점은 화려한 프레임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지난달 14일 전시 개막에 앞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 전시장에서 만난 마티아스 바섹 우스터미술관장은 “그림만 감상한다면 80점, 프레임과 그림의 조화까지 볼 줄 안다면 100점의 관람객”이라고 말했다. 바섹 관장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랍 여인’(1882)을 가리키면서 “호화롭게 마감된 진정한 로코코 양식이 연상되지 않느냐”며 “프레임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미술사조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인상파 화가는 1860년대 전후 프레임을 진지하게 연구했습니다.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해 프레임의 형태와 색채가 어떻게 그림 속 주된 색과 어울릴지 고민했죠. 화가가 직접 디자인한 게 많습니다.”1890년대 작품 중엔 장식을 덜어내고 보다 단조로운 양식을 선호한 아르누보 형태의 프레임이 돋보인다. 존 헨리 트와츠먼의 ‘폭포’(1890)가 그렇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는 파리 ‘살롱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는데, 당시 수집가들은 자신의 저택이나 집무실에 걸기 위해 그림을 사들였다. 유행하던 실내 건축 양식, 즉 르네상스, 바로크 또는 로코코 인테리어
빛을 움켜진 화가들, 인상파의 별칭은 '외광파'다. 야외에서 스케치한 밝은 톤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일상의 순간들을 빛나는 명작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성경이나 신화, 역사 속 에피소드를 탈피해 카페와 극장, 해변과 숲속의 사람들을 자유롭게 그려 새로운 길을 개척한 화가들. 그들에겐 그림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었다. 그림을 둘러싸는 프레임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미국 우스터미술관과 함께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선보이고 있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특별전에 걸린 걸작 53점은 서로 다른 화려한 프레임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지난 달 14일 전시 개막에 앞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 전시장에서 만난 마티아스 바섹 우스터미술관장은 "그림만 감상한다면 80점, 프레임과 그림과의 조화까지 볼 줄 안다면 100점의 관람객"이라고 말했다. 바섹 관장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랍 여인'(1882)을 가리키며 "화려하고 호화롭게 마감된 진정한 로코코 양식을 연상시키지 않느냐"며 "각각의 그림마다 작품과 프레임의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미술사조의 변화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인상파 화가들은 1860년대 전후 진지하게 프레임을 연구했습니다.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해 프레임의 형태와 색채가 어떻게 그림 속 주된 색과 어울릴 지 고민했지요. 로코코 양식처럼 보이는 화려한 프레임은 화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 많습니다. 조금 더 심플한 것들은 당대 유명 표구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이지요." 1890년대 작품들 중엔 장식을 덜어내고 보다 단조로운 양식을 선호한 아르누보 형태
우주를 듣는 시간 10분짜리 곡을 쓰기 위해 3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3분이면 10시간짜리 음악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요. 네,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 이야기입니다. 그의 작업 과정을 감히 몇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스케치북을 위에 다섯 줄을 긋고, 그 위에 음자리표와 음표를 그려 넣은 뒤 다시 배열하기를 수십, 아니 수백 번.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과 영감을 준 시, 연주에 필요한 박자와 음악 기호들을 색색의 펜으로 써 내려갑니다. 어떤 곡을 쓸 땐, 150권 넘는 책을 읽은 적도 있다지요. 1989년부터 지금까지 손으로 쓴 악보들. 그 일부는 아르떼 매거진 3월호 29쪽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악보라기보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지요.이 곡들은 실제 연주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때까진 오직 그의 머릿속에서, 상상 속에서 연주됩니다. 완성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곡도 수두룩합니다. 진은숙의 세계에 노크하기 위해 많은 곡을 들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반했다고 하면 거짓일 테고, 전부 좋았다고 하면 위선이겠지요. 만약 당신도 진은숙의 음악을 처음 접한다면, 같은 초보자로서 이 곡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019년 함부르크에서 초연한 ‘Frontispiece’. 어떤 책의 맨 앞에 들어가는 삽화를 뜻하는 곡의 제목처럼, 이 곡은 마치 ‘진은숙 월드’로 입장하는 서막처럼 다가옵니다. 8분이 채 안 되는 이 곡을 듣고 나니 마치 80분간 우주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캄캄하고 서늘한 미지의 땅에 들어서려
이성훈 선화랑 대표(68·사진)가 제22대 한국화랑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협회 정기총회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윤여선 갤러리가이아 대표를 꺾고 당선됐다. 이 대표는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변호사 출신으로, 아내 원혜경 씨와 함께 선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제5, 8대 화랑협회장을 지낸 고(故) 김창실 선화랑 창업자의 장남이기도 한 그는 대를 이어 화랑협회장을 맡는 기록을 세웠다.김보라 기자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목인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세.고인은 1928년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46년 일가족과 월남한 그는 다섯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부모님은 직업으로의 음악가는 허락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그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1월 군의관으로 입대했다. 이듬해 1월 강원도 성지봉에서 부대 전체가 중공군과 맞닥뜨렸고, 패주 도중 군화를 잃고 눈송이를 먹으며 버티던 그는 양쪽 발에 심각한 동상을 입었다. 양쪽 발가락과 발등 일부를 도려내야 했다. 1952년 11월 15일 피란지(避亂地)였던 부산의 이화여대 강당에서 스물넷의 정진우는 불편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올라 첫 독주회를 열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과 쇼팽·리스트의 독주곡을 연주했고, 강당 밖까지 서있던 사람들도 박수를 보냈다고 알려진다.전쟁 통에 열린 이 공연 이후 그는 운영하던 의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연주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예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 활동에 전념했다. 1957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고 1959년 귀국 후 1993년 정년퇴임 때까지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자서전에는 의학, 치의학도로 음악 또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간 동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의대 출신의 성악가 이인선, 치대 출신의 성악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목인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세.고인은 1928년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에는 군의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동상에 걸려 양쪽 발가락이 모두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전쟁 후 고인은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의대에 다니면서도 피아노를 놓지 않았던 그는 1952년 제대 직후 피란지이던 부산에서 첫 독주회를 열고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예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 활동에 전념했다. 1957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고 1959년 귀국 후에는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인은 1993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석 경희대 명예교수,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김용배 추계예대 교수, 강충모 씨 등 한국 클래식계를 이끈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그의 제자다.교육자로서 고인은 레슨실에서 노래하는 스승이었다. 2018년 서울대 총동창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경계하고, 늘 노래를 먼저 들려줬다. 음악을 느끼고 연주하라고 했다”고 했다. 또 “음악에서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늘 휴머니즘을 강조했다”고 말했다.고인은 후학 양성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국쇼팽협회, 한국베토벤협회를 창립했다. 2020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성정예술인상 등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김보라 기자
“한국은 정말 대단하다. K팝은 미국에서 시작한 것을 더 크고 멋있게 키워냈다. 이 도시가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되는 과정을 보는 건 정말 놀랍고 즐거운 일이다.”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아레나를 찾은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 라이언 테더(사진)가 공연 중 던진 말이다. 이날 8000여 명의 관객과 110분 넘게 열창한 그는 세계적인 스타 프로듀서. 마룬파이브, 비욘세, 아델, 테이트 맥레이 등에게 곡을 써준 유명 작곡가인 그는 이날 무대에서도 피아노 한 대만으로 작업한 곡들을 화려한 보컬로 선보였다. 블랙핑크, BTS 지민, 트와이스 등 K팝 아티스트와 곡 작업을 함께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테더는 “여길 노래방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원리퍼블릭의 인기곡 중 하나인 ‘Apologize’의 후렴구 ‘투 레이트(too late~)’의 합창을 유도했다. 각 파트의 화음은 무대의 음과 어우러지며 아레나 전체에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아티스트의 숨소리와 말 한마디 한마디, 고음과 저음 모두 선명하게 귀에 꽂혔다. 국내 다른 대형 공연장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향. 문 연 지 1년밖에 안 된 인스파이어아레나에 세계적인 팝스타의 내한공연과 K팝 공연이 줄줄이 대기하는 이유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시야·음향·좌석 완벽…공연계 ‘게임체인저’인스파이어는 2023년 11월 30일 문을 연 인천공항의 두 번째 복합리조트다. 1270여 개 객실과 카지노, 워터파크, 연회장, 쇼핑과 미식이 모두 모여 있다. 그 중 인스파이어아레나는 국내 최초의 공연 전문 아레나로 축구장 64개 규모(1만5000㎡), 관객 1만5000명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그동안 스포츠 전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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